•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수도권 규제 관련 발언을 비판하던 한나라당이 갑자기 화해모드로 돌입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27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나와 "자기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중앙 정부에다 주장과 건의를 하는 것은 지사 본연의 임무인데 누가 탓하겠느냐"며 "김 지사가 용기 있게 그런 일을 잘 하더라"고 옹호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김 지사의 발언을 두고 "일부 자치단체장의 발언이 상궤를 넘는다"고 경고한 바 있는 박 대표의 이러한 화해모드는 김 지사를 문책해 자칫 당내 싸움으로 번질 경우 화합을 기치로 내거는 자신의 리더십 손상과 여권 내부 결속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행동으로 분석된다. 

    앞서, 김 지사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방안을 "수도권이 소외됐다"며 '배은망덕한 정신나간 정책, 공산당도 안하는 짓'이라고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자 지난 20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송광호 최고위원은 "일부 단체장에게서 대통령과 당에 대한 예의를 넘는 수준의 발언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 대해 당에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비판했고, 홍준표 원내대표도 "김 지사의 발언이 경기지사로서 도를 넘어선 측면이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문제가 커지자 당내에서도 수도권 지역 의원과 비 수도권 지역 의원들로 나뉘어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등 김 지사의 발언이 당내갈등의 씨앗이 될 조짐을 보인다는 우려가 나왔다. 

    박 대표는 '(김 지사 발언이)상궤를 넘는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데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를 한 것이 아니다"면서 "사용한 용어에 있어서는 (김 지사가)조금 상궤를 벗어난 그런 지적이 있다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한편, 김 지사의 발언을 두고 지난 25일 공성진 최고위원은 "김 지사가 지적을 잘했다"며 옹호했고, 박순자 최고위원도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을 묶은 상태에서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니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김 지사를 손을 들어줬다. 전여옥 의원도 '김문수가 옳다'는 글을 올려 "수도권 규제를 풀어 자기 힘껏 경쟁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 이명박 정부의 진정한 실용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모두 수도권 출신 의원.

    반면, 비수도권 의원들은 김 지사의 수도권 챙기기에 불편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도 원주 출신 이계진 의원은 "김 지사의 수도권 규제를 풀라는 목소리는 3킬로그램 다이어트 후에 다시 '10킬로그램 찌우자'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