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은 25일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 5월 이 대통령의 방중 당시 발표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중시하는 닮은꼴 지도자인 양 정상은 이날 세번째 만남에서 양국간 정치적 신뢰를 증진하고 이를 국방 분야의 대화와 교류로 강화하는 등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고 입을 모았다.

    양 정상은 정상회담을 마친 후 녹지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대한민국 선수단의 선전을 서로 축하했다. 밝은 분위기 속에 약 20분간 진행된 회견 동안 양 정상은 각각 10여분씩 모두발언을 통해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격상된 양국 관계를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후 주석과 깊이있고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두 정상의 친교와 신뢰가 격상된 양국 관계를 구체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후 주석은 "중국이 한중관계를 중시하며 양국 교류와 협력을 심화하는 데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기자회견 후 서로 어깨를 감싸안은 채 악수하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날 회견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양 정상의 모두발언으로만 진행됐다. 당초 우리측은 양국 기자를 나눠 일문일답 시간을 가질 것을 계획했지만 미리 짜여진 문안에만 충실한 중국측의 희망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 후 이 대통령은 일문일답이 없었다는 지적에 웃으며 "나도 지난 5월 중국에 갔을 때도 질문을 받지 않고 발언만 했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중국 정상이) 야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서 회견을 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면서 "(야외에서) 해보니까 좋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양 정상은 공식만찬장으로 향했다. 만찬행사 헤드테이블에는 양 정상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등이 자리한다. 이 대통령 당선자 시절 중국특사였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참석하기로 해 정국 현안에 대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 한류스타인 탤런트 이영애는 헤드테이블에서, 가수 장나라는 특별공연을 통해 중국에서 발표한 앨범 중 우리말과 중국어로 된 노래를 각각 한곡씩 부른다. 만찬 메뉴는 한우갈비살과 궁중신선로 등 한식이다. 또 이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줄 선물로 도자기로 만든 비둘기 한쌍을 준비했다.

    '창조적 실용주의'의 이 대통령과 '창신(創新)형 국가'를 주창하는 후 주석은 이날 상당히 세부적인 사업 추진에까지 합의를 이뤘다. 정치 분야에서 양국 고위 지도자들의 빈번한 상호방문 및 접촉 유지, 양국 외교부간 1차 고위급 전략대화 연내 개최, 국방 당국간 고위급 상호방문 활성화 및 상호 연락체제 강화, 한중 해양경계획정 문제 조속 해결 등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호혜협력 심화를 위해 양국간 새로운 협력 분야를 부단히 발굴하고 협력의 폭과 깊이를 확대하기로 하고 실용적 협력을 통해 양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한다"고 발표했다. 외교 분야의 전략 대화체제를 가동하고 실무급 업무 협의 체제 정례화를 통해 대외정책 및 국제정세에 대한 의사소통을 강화키로 해 양국간 더욱 가까워진 거리를 나타냈다. 또 양국은 국방 분야 대화와 교류를 강화하고 국제인권 분야에서도 대화와 협력을 추진할 것을 합의해 눈길을 끌었다.

    경제 분야에서는 2000억달러 무역액 2010년 조기달성을 위해 공동 노력하고 환경보호 에너지 통신 금융 물류 등 중점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2010년 상해 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와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간 교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양국 정부간 합의에 따른 고용허가제 노무협력 가동과 양국 노무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장키로 했다. 양국간 인적, 문화 교류를 위해서도 양정상은 2010년 및 2012년을 각각 중국 방문의 해와 한국 방문의 해로 정했다. 특히 중국은 멸종 위기종인 따오기 한 쌍을 기증하고 따오기 복원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