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촉구하며 연일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에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의원으로는 이례적으로 전여옥 의원이 "김 지사가 옳다"고 옹호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전 의원은 2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지역 일을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수도권이 마치 밧줄에 꽁꽁 묶인 것처럼 온갖 규제에 포박당해 있다는 점"이라면서 "물론 그 정점은 노무현 정권의 수도이전 공약이었고, 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헌재에서 '수도 서울'의 가치에 손을 들어줘서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은 피했지만 그  와중에서 국력 낭비와 분열, 갈등 상황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며 "수도 서울은 중요한 대한민국의 자산이기에 서울과 경기도를 아우르는 '수도권'의 발전은 전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 역시 10년 넘게 경기도 주민으로 살아봤지만 경기도는 정말이지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은 '경기도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경기도 지도자로서 김 지사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을 했고, 해야할 말을 했다. 그런데 청와대와 당이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고 있다"면서 "'김 지사가 차기 대권을 위해, 혹은 한나라당이 인기가 없어서 2010년 지자체 선거를 내다본 것'이라고 하는 말들은 터무니없다"고 혀를 찼다.

    전 의원은 "김 지사의 다소 과격한 발언을 매도하기 전에 무엇이 명분이 있고,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것인가 냉정하게 성찰해 봐야 한다"면서 "일방적으로 김 지사를 몰아세우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 규제를 풀고 서울도 경기도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자기 힘껏 경쟁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 이명박 정부의 진정한 실용주의다"면서 "그런 점에서 나는 '김 지사가 옳다'고 말하겠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앞서, 김 지사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방안과 관련해 "수도권이 소외됐다"며 '배은망덕한 정신나간 정책, 공산당도 안하는 짓'이라고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자 20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박희태 대표는 "일부 자치단체장의 발언이 상궤를 넘는다"고 지적했고, 송광호 최고위원 역시 "일부 단체장에게서 대통령과 당에 대한 예의를 넘는 수준의 발언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 대해 당에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경고했다.

    자당 지도부의 경고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김 지사는 이날 열린 '수도권규제철폐대회'에서 또 "100일간의 촛불시위로 이 대통령이 소심해졌다"며 "경제살리는 데 뭐가 두려우냐"고 각을 세웠다. 그러나 한나라당으로서는 김 지사 징계론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자신감을 회복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김 지사를 문책할 경우 자칫 여권 내부의 결속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