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가장 큰 고민은 당 지지율이다. 전당대회 뒤 통합으로 흐트러진 당 체제정비에 나서며 '정세균호'를 출항시켰지만 여전히 지지율은 제자리 걸음이다. 오히려 하락세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22일 당직자 워크숍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제자리인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명박 정부가 초반 크게 흔들렸음에도 민주당이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불안함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타 정당은 모두 4·15 총선 당시 지지율을 회복했거나 웃돌고 있는데 민주당의 지지율은 총선 당시 지지율을 크게 밑돌고 있다. KSOI의 13일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16.5%를 기록했다. 지난 총선 정당득표율이 25.2%였던 점을 감안하면 총선 뒤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타 정당은 상황이 다르다. 집권초반 크게 흔들렸음에도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조사에서 37%를 얻으며 총선 당시 정당득표율 37.5%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자유선진당도 총선 때 지지율을 얻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총선 지지율을 웃돌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KSOI는 "선거때는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이후 민주당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지지를 철회한 층이 제법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또 "4월 총선까지는 과거의 관성으로 민주당에 투표했지만 이제는 기대감을 완전히 접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마땅히 찍을 데가 없어 늘 하던 대로 표는 줬지만 이제 완전히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KSOI는 "물론 총선 전후 지지도가 12~13%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촛불정국을 거치며 다소 상승했다고 볼 수 있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면서 민주당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한 측면도 있지만 문제는 딱 거기까지라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후 민주당이 보여준 행보가 여론의 시선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KSOI는 "한나라당과 원구성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발목잡기'에서 탈피한 합리적인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으나 결과는 오히려 민주당에 대한 무관심 고조와 존재감 상실로 나타났다"고 했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정체성 혼란'이라는 게 KSOI의 분석이다. 정체성이 모호해지며 지지층간의 괴리 심화가 커졌고 이로 인해 지지층이 흩어졌다는 설명이다. KSOI는 "정당의 존재 이유가 특정한 정치적 지향과 노선을 공유하는 지지층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민주당과 지지층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스타플레이어 부재'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세균-원혜영' 투톱 체제가 "대중적 이미지와 존재감이 약한 지도부"라 "이슈 주도력이 매우 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약체 리더십으로 내부의 차이나 갈등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고, 대중과 소통해야 할 지도부가 내부 갈등 조정에 기력이 다 소진되는 형국"이라고 했다.

    그래서 최근 민주당은 지지층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을 돌며 당원 워크숍을 열고 지도부 회의도 한다. 당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 지도부는 "2010년 지방선거 성공을 통해 2012년 정권 탈환"을 역설하고 있다. 크게 줄어든 의석 수에 당원들 사기가 위축된 점을 감안해 "79석의 새정치국민회의 때도 김대중 대통령을 만들었다"며 당원 사기 충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시민사회 단체 대표들을 만나 간담회를 여는 것도 지지층 결집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큰 성과는 보지 못했지만 촛불시위로 지지층 결집 효과를 본 민주당은 21일 정 대표를 비롯, 지도부가 촛불시위 주도 혐의로 수배된 광우병 대책회의 관계자들이 농성 중인 서울 조계사를 찾았다. 여당과 보수 언론으로부터 비난받고 있지만 지지층 결집을 통한 지지율 회복이 절박한 민주당으로선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