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9일자 오피니언면 '동아광장'에 이 신문 객원논설위원인 변희재 실크로드CEO포럼 회장이 쓴 '촛불에 타버린 청년들의 마지막 꿈'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촛불시위가 장기화하면서 꾸준히 참여하는 젊은층이 형성됐다. 좌파 진영에서는 이들을 ‘진정한 합리적 시민’이라며 치켜세운다. 그러나 촛불시위의 주체는 이런 젊은 세대가 아니었다. 집회의 시간과 장소, 그리고 방향까지 모두 기존 좌파 386세대 운동조직이 이끌고 있다. 또한 촛불을 든 젊은 세대를 분석하는 일마저 좌파 386 지식인들의 몫이었다. 젊은 세대가 촛불시위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머릿수를 채워주며, 법적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포털에서 응원 글을 써주는 것뿐이다.
    이들이 이런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방송과 포털 등 모든 언로를 좌파 386들이 장악한 상황에서, 이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실제로 젊은 세대 스스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낸 적도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응원과 2007년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 논쟁이었다.

    그 당시 젊은 세대들은 지금과 똑같이 다음 아고라에서 글을 썼고, 모바일을 통해 광장에 모였으며, 인터넷에서 실시간 정보를 찾아 여론을 형성해 나갔다. 그러나 좌파 386 지식인들의 태도는 지금과는 180도 달랐다. 아무런 근거 없이 이들을 극우 민족주의에 빠져 있는 파시스트라 맹비난했다. 좌파 386의 입맛에 맞으면 민주시민이 되는 반면, 이에 어긋나면 끔찍한 언어폭력에 시달렸던 것이 대한민국 젊은 세대의 슬픈 현실이었다.

    좌파 386에 이용당한 젊음

    이러한 386세대의 아랫세대에 대한 이중적 잣대는 상습적이었다. 386세대는 1990년대 문화투쟁과 상업적 목적으로 신세대론을 띄웠다. 지금의 30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들은 386세대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늘 아랫세대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윗세대의 정략 탓에 가장 냉소적인 세대가 되어버렸다.

    그러자 좌파 386지식인들은 이용가치가 떨어진 30대를 잘라버린 뒤 20대만을 대상으로 느닷없이 가장 비참하다는 ‘88만 원 세대론’을 유포시켰다. 이 담론의 주창자들은 유럽의 ‘1000유로 세대론’을 표절하여, “위대한 386세대가 불쌍한 너희들을 이끌어줄 테니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던지라”고 선동했다. 그러나 촛불시위 초기 10대들이 방송 카메라에 더 자주 잡히니, “10대야말로 능동적인 2.0세대이고, 20대는 스스로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끝장세대”라고 폄훼했다. 또다시 토사구팽이다.

    지금 촛불시위에 나오는 젊은 세대들은 냉소를 넘어 정부는 물론 야당을 포함한 국회, 심지어 시위판을 설계하는 시민단체까지 부정하는 무정부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집회에 나오지 않는 젊은 세대 역시 동년배 세대의 이런 좌절과 무력감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는 활발한 창업과 해외진출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들은 1990년대부터 인터넷 대중문화 글로벌리제이션이라는 공통의 코드를 공유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코드가 창업과 해외진출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자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더구나 현재 대한민국의 인터넷과 대중문화는 미국과 함께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가장 익숙한 젊은 세대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기이한 현상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청년 창업이 이루어지는 미국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20대, 세대 이익따라 행동해야

    촛불시위로 인해 젊은 세대가 얻은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정치와 언론의 영역에서 젊은 세대의 진로를 막고 있는 좌파 386 패거리들이 부활했고, 청년 창업을 방해하는 인터넷 재벌 포털이 권력화됐으며, 청년들의 경제활동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개방이 늦춰지고 있다. 특히 광고주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면서, 광고시장에서 맹활약하던 젊은 기업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386을 비롯한 윗세대가 아랫세대의 권익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주었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 역시 우리 세대만의 장점을 스스로 찾아내 세대의 이익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만약 정부와 국회, 그리고 언론이 우리 세대의 이익을 고의적으로 침해한다면, 아마도 나부터 시위대의 맨 앞줄에 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촛불은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던 젊은 세대의 마지막 꿈까지 태워버리고 있을 뿐이다. 오직 좌파 386세대의 정치적 목적만을 위해서 말이다. 

    변희재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