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1일, 한나라당 당권 주자들은 토론 내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가장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 정몽준 후보는 토론회를 거듭할 수록 공격적 화법을 구사했고, 박희태-공성진 협공에 이어 김성조 후보의 '정몽준 때리기'도 눈에 띄었다.

    ◆정몽준 "주식 다 떨어져서 내가 깡통되면 정치하는 데 문제없겠냐"

    지난달 30일 밤 청주방송에서 열린 TV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대표는 당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당 활동을 한 사람이 나와야 한다. 과거에 이적행위를 했다면 당 대표로서 문제가 있지 않느냐"며 공격했다. 정 후보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될 사람들이 자꾸 옛날 얘기를 들추는 것은 해당행위"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후보는 이어 "정 후보는 재벌인데 재벌 정책에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주식이 다 떨어져서 내가 깡통이 되면 문제가 없고, 회사 잘되고 나라 잘되면 안된다는 것이냐"고 반박하면서 "김 후보도 기업을 한 걸로 아는데 일부러 성공을 안한 것이냐"고 역공격했다. 정 후보는 자신의 많은 재산이 공격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자 "여러번 토론회를 하는데 똑같은 질문을 자꾸 한다. 왜곡된 인상을 주려고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조" 정몽준, 국내파가 개구리면 해외파는 두꺼비냐"

    1일 열린 SBS 토론회 역시 전날 토론의 앙금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로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 후보는 "바깥 세상에 대해 하나라도 아는 사람이 대표가 되고 최고위원이 돼야지. 바깥 세상에 깜깜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면 국민이 얼마나 답답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정 후보가 '정치는 하지 말라는 거냐'고 했는데 그 말이 아니라, 다만 대기업 관련 정책은 피하는 게 상식"이라면서 "그리고 나보고 기업가라고 했는데 다 같은 기업가 아니다"고 공격했다. 정 후보는 "반론의 가치는 없다고 보는데 공자가 보면 다 부처로 보이고, 돼지가 볼 때 다 돼지가 아니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희태 후보는 "토론장에 돼지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니 상당히 뜨겁게 달아오른 것 같다. 돼지 뿐 아니라 아까 정 후보가 우물 안 개구리 운운했는데 되도록이면 우리가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는 생각을 하고 하자"고 불을 껐다.

    김 후보는 다시 정 후보를 향해 "방금 정 후보가 말한 것을 나는 '재벌은 부처고 서민은 돼지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정 후보는 이러면 안된다"면서 "그럼 국내파가 개구리면 해외파는 두꺼비냐"고 쏘아부쳤다. 정 후보는 "그런 말이 아니라, 나는 김 후보가 부처님이 됐으면 하는 뜻"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한편, TV토론회에서 날 선 신경전이 벌어지는 동안 정 후보의 부인 김영명씨는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 기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내조에 힘을 실었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대단한 내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