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너에 몰린 통합민주당이 등원 문제를 심각히 고민 중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현 정권의 퇴진운동으로 변질된다는 비판적 여론이 커지고 일부 과격 시위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면서 등원을 거부하고 이들의 난동에 합류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입지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난동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는 상황에서 등원 거부를 더 할 명분은 약하다는 것이다. 30일 민주당 지도부는 등원 가능성을 열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의 잘못과 무능을 따질 때를 넘어선 것 같다. 이제 우리가 앞장서 나라를 건져야 겠다는 결단과 결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의 잘못은 이 대통령이 망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나라가 망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국정에 적극적인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고 야당으로서 광화문에 나가 앉아 있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국회가 뒷전에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등원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역설한 것이다.

    손 대표는 "물론 여기에는 우리의 희생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설사 비난을 받더라도 이 나라의 위기를 앞장서서 건져야겠다는 결의와 결단이 필요하다"며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기업은 공황상태고, 무역적자는 크고, 사회적으로는 완전히 공백상태라서 국민은 어디가서 의지할 데가 없다"고 지적한 뒤 "(민주당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찾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상천 공동대표 역시 등원에 무게를 실었다. 박 대표는 "이제 국회 등원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더라도 지루하고 힘들고, 외국인이 보기 창피스런 국가적 혼란과 소모적 대치를 종결시킬 때가 됐고 그 보루로서 국회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는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회가 열리면 쇠고기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7·6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 입당이 예상되는 무소속 박지원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 입니다'에 출연해 민주당의 등원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촛불의 열기와 요구를 국회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무조건 등원해야 하고 한나라당은 국회를 열기 위해 양보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등원에 대한 의견수렴을 할 계획이라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