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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다시 촛불을 든 통합민주당의 모습에선 이들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촛불집회 참가를 두고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해왔다. 뒤늦게 합류하는 것 자체가 '민심에 편승한다'는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도부와 차기 당권 주자들이 대거 참여하면서도 민주당은 당 차원이 아닌 개별 의원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제1야당 대표의 촛불집회 참여에 부담을 느낀 손학규 대표는 집회장 주변을 둘러보는 부자연스런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다 민주당은 6·10 항쟁 21주년 기념행사 참가를 명분으로 지난 10일 대규모 촛불집회에 당 차원에서 합류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추가협상 방침을 밝히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고개를 숙여 사과 하면서 촛불민심이 진정국면으로 돌아서자 민주당은 다시 촛불과 거리를 뒀다.
손 대표는 이때 '조기 등원'카드를 꺼내고 민주당은 등원을 놓고 양분된다. 손 대표의 조기 등원 카드는 처음 퇴짜를 맞지만 이 대통령의 특별 회견 이후 등원 목소리가 커졌고 이후 당내 분위기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팽팽이 맞서는 형국으로 변했다. 등원 거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이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등원 조건으로 내세웠던 민주당의 요구 역시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추가협상과 이 대통령의 특별 회견 이후 여론의 흐름이 바뀌었고 이때부터 정부·여당도 기존의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추가협상 결과를 적극 홍보하며 여론 흐름을 반전시켰다. 민주당은 점차 코너로 몰렸다. 자신들이 등원 조건으로 내세운 요구 중 관철된 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다시 등원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등원을 요구하는 여론은 점차 높아지고, 정부·여당의 태도가 공세적으로 변하면서 민주당은 점차 설자리가 없어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27일 이런 고민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는 "국회에 들어갈 마음자세를 갖추고 있었는데 이 대통령과 정부가 국회 빗장을 꽉 잠그고 있다"고 불만을 쏟았다. 민주당도 등원 거부에 대한 부담이 크다. 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를 한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칼을 뺐으면 찌르고 들어가야지 아무것도 안 하고 들어가는 것은 명분이 없다"(주승용 의원)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26일 민주당이 정부의 고시 관보 게재 뒤 곧바로 촛불집회에 참가한 것을 두고 등원 명분을 얻기 위한 액션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지금껏 여론을 등에 업고 등원거부와 재협상을 요구한 만큼 고시 관보 게재 뒤 진행될 촛불집회의 규모와 여론의 동향에 따라 입지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시 관보 게재 불만 여론이 들끓어야 민주당으로서도 등원을 거부할 명분과, 자신들이 내세운 요구를 관철할 힘이 생길 수 있으므로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방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 7명은 26일 밤 '국민보호팀'이란 이름으로 과격 시위대의 맨 앞줄에 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