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민주당은 26일을 "국민주권을 포기한 국치일"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날 오전 9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고시를 관보에 게재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연 민주당은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소설가 이외수씨가 지난 5월 25일 인터넷에 올린 시를 소개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원 원내대표가 소개한 이씨의 시는 다음과 같다.

    "만약 백성이 자기를 손가락질 한다고 백성의 손가락을 잘라버리는 왕이 있다면 백성들은 백성들 모두의 팔다리가 짤려서 절구통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일이 있더라도 왕에 대한 항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원 원내대표는 곧바로 전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자들에 대한 경찰의 연행을 언급하며 "경찰은 초등학생과 유모차를 태운 어머니, 여성 의원까지 시민 134명을 강제 연행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143명이 경찰서에 감금돼 있다"면서 "닭장차의 쇠창살 사이로 '저는 12살 이에요'라며 울먹이는 사진이 전세계에 보도됐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강제연행 사진이 인터넷을 타고 전세계에 퍼졌다"고 말한 뒤 "5공, 3공 군사독재정권의 그 혹독한 강압통치시절에도 초등학생이 잡혀갔다는 말은 들은 바 없고 여성 의원을 현장에서 연행한 적은 없는데 대한민국은 초등학생과 여성 의원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민주주의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 원내대표는 "오늘은 정부가 국민주권을 포기한 국치일이고 법치주의 기본원칙 마저 포기한 정부여당은 이 점을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면서 "미국 정부와 신의를 지킨다는 핑계로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렸고 그 결과 미국으로 부터 받은 대답은 부시 대통령의 방한 취소였다"고 말한 뒤 "26일은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 제1원칙인 국민주권 원칙을 거부한 국치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주저 앉을 수 없고 반드시 챙겨야 할 일들이 있다"면서 "국정조사를 통해 잘못된 정책을 끝까지 강행한데 대해 정확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이며,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통해 국내법으로 잘못된 쇠고기 협상의 효력을 제한할 것이다. 또 통상절차법을 제정하고 광우병 대책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최인기 정책위의장도 "26일 오늘은 정말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손상시키고 국가의 위상을 추락시킨 대단히 부끄러운 21세기 국치일"이라며 "오늘은 역사에 대단히 굴욕적 날로 남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최 의장은 이어 "국가에너지 소모, 국력낭비, 선량한 시민을 닭장차에 실어 경찰서로 연행하는 중심에는 이 대통령이 있고 이 대통령 때문"이라며 "사법적 투쟁은 물론 고시효력정지 가처분신청, 행정소송, 헌법소원과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통과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장내외 투쟁도 병행할 것이고 앞으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책임져야 한다"고 핏대를 올렸다. 또 "천심을 거스르는 정부는 오래가지 못했다는 역사의 교훈을 명심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