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홍보기획관에 내정된 박형준 전 의원의 역할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내각 인선 파동, 쇠고기 논란을 야기한 가장 큰 원인으로 '소통 부재'가 지적된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박 전 의원에게 청와대의 기대가 크다. 당초 비상근 홍보특보로 거론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수석급의 홍보기획관을 신설하고 박 전 의원에게 홍보 업무 전반을 맡기며 힘을 실었다. 

    청와대는 24일 홍보 라인을 대폭 강화한 내용의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정무수석실 산하의 홍보기획비서관을 박 전 의원이 지휘하는 홍보기획관실로 이전해 홍보기획(홍보1), 메시지관리(홍보2)로 업무를 세분화했다. 또 대통령실 직속의 연설기록비서관 업무를 가져왔으며 국민소통비서관을 새롭게 만들어 소통 영역을 확장하도록 했다. 홍보기획비서관실에는 4명의 비서관을 포함해 30여명의 직원이 배치될 예정이다.

    박 전 의원은 단순한 국정 홍보 기능을 넘어서 대국민 신뢰도 제고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이미지를 재정립하고, 한편으로는 국민 여론을 수렴해 정책으로 전환하는 '스핀 닥터(spin doctor)'로 나설 각오다. 국정 홍보기획과 이 대통령 이미지 홍보(PI), 대통령 연설 및 메시지 관리, 인터넷 여론 수렴 등 업무수행을 통해 국민과 청와대를 단단히 잇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한나라당 소장파 핵심인사인 박 전 의원은 경선 이전부터 이 대통령을 지근에서 도왔으며, 캠프 대변인을 맡아 경쟁 후보들의 BBK 의혹 등 네거티브 공세에 차분히 대응해 호평을 받았다. 신뢰감을 주는 인상도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장점으로 작용했다. 박 전 의원은 당시 이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선거전략, 공약 구체화 등 캠프 곳곳에서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경선 승리 후 박 전 의원은 전략기획 분야로 이동을 희망했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선대위 대변인으로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박 전 의원이 후보의 생각을 가장 간결하고 명확하게 메시지로 전달한다"며 신뢰를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박 전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에 참여한 뒤 기획조정분과 정무간사로 활동했다. 여권 안팎에서 "박 전 의원은 대변인, 홍보, 전략, 정무 등 대부분 분야에서 능력이 검증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홍보기획관 내정이 공식 발표된 23일 박 전 의원은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대변인실 관계자,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비서는 입이 없다"는 철칙을 내세워 대언론 접촉을 기피했던 과거와 확연한 대조를 이루며 2기 청와대 참모진의 소통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