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교수야?" 긴 고심을 거듭한 이명박 대통령이 새 대통령실장에 정정길 전 울산대총장을 낙점하자 여권내 곳곳에서 이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이 대통령은 20일 류우익 전 실장을 포함한 7명의 수석비서관을 전원 교체하는 대폭적인 인사쇄신을 단행했지만, 교체 폭에 비해 깊이가 따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뼈를 깎는' 인적쇄신의 의미마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권 내부에서는 "인적쇄신을 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흘렀다. 류 전 실장이 정치권과의 원활한 소통 채널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청와대 참모진 전체를 조율하는 데 실패한 이유로 '교수 출신'이란 점이 꾸준히 지적돼왔기때문이다. 또 이번 인사과정에도 류 전 실장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설이 흘러나오면서 "아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실장의 경륜은 높이 살 만하지만 이번 인적쇄신에서 요구된 것은 정치, 행정 분야에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물을 기용해 안정된 국정운영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었나"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정 실장에 대해 "한국행정학회장과 서울대 대학원장, 울산대 총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탁월한 리더십과 조직관리 역량은 대통령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적격"이라며 "대통령학의 권위자로서 이론과 실무적으로 대통령을 잘 보좌할 최적임자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도 '교수 출신'에 대한 우려에 "사실 나도 걱정된다"면서도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은 사회 전체의 흐름을 알고 이해해야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또 행정학이 전공이라 자연스럽게 정부의 여러가지 위원회 활동을 많이 했다. 교수출신 치고는 사회 전분야에 폭넓게 알아보려 애를 쓰는 사람"이라고 응수했다.
신임 정 실장은 이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지난 1964년 한일 국교 정상화 반대 시위를 주도한 6.3 동지로 함께 옥고를 치렀으며 이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정 실장을 소개하면서 "여러 차례 권유했지만 고사했었다. 내게 가장 도움이 되고 보완이 될 것이라 판단해 겨우 그저께 수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6.3 당시) 데모하고 같이 잡혀가 고생도 했었다"면서 "나는 행정부로, 이 대통령은 회사에 들어가면서 서로 바빠 거의 못만나다 80년대 들면서 여유가 생겨 일년에 두번 정도 만나 반갑게 소주만나고 헤어지는 관계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이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과 가깝다는 점에서 임명 배경에 의혹을 두는 시각도 있다. 정 실장은 2003년 울산대 재단이사장인 정 최고위원이 직접 총장으로 영입했으며 최근 실장 제의를 받은 뒤 정 최고위원과 수락여부를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교통정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누군가가 정 실장을 적극 추천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또 수석급 가운데 유일하게 유임된 이동관 대변인에 대해서도 말이 나온다. 한 여권인사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했다면 인사파동과 쇠고기 논란을 겪으며 국민들이 가장 자주 접한 대변인부터 쇄신했어야하는게 아니냐"면서 "청와대의 얼굴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국민들에게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