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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집회에 눈감으면 그게 나라냐

입력 2008-06-18 10:21 수정 2009-05-18 13:36

중앙일보 18일 사설 '시위대 눈치 보는 공권력의 타락'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촛불집회가 점차 정치투쟁으로 변하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기자회견을 통해 “정권 퇴진까지 포함하는 특단의 실천을 불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그제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조·중·동 규탄과 공영방송 지키기’란 주제로 촛불집회를 연 데 이어 어제는 ‘한반도 대운하 반대’ 집회를 가졌다. 대책회의는 앞으로도 매일 ‘건강보험 민영화’ ‘교육 자율화’ ‘공기업 민영화’ 등 정치적 이슈를 내걸고 촛불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며, 오는 21일에는 ‘전 국민 심판의 날 100만 촛불대행진’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무슨 주제를 정하든 그들의 자유다. 단 합법적인 집회·시위여야 한다. 이번 시위의 시발은 쇠고기 문제였다. 그러나 이 시위는 이제 변질됐다. 아니 일부에서는 이런 변질을 처음부터 계획했는지도 모른다. 설혹 초기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제는 그 집회가 일부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정치투쟁으로 변했다. 그동안 순수한 마음에서 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촛불집회 참가자들도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집회가 정치투쟁 양상으로 바뀌면서 그만큼 불법행위도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제 밤에는 서울 태평로 도로를 점거해 시위를 벌이던 500여 명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앞에서 ‘폐간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출입문 곳곳에 스티커를 붙였다. 이날 집회 참가자 가운데 100여 명은 2~3개 차로를 점거한 채 중앙일보까지 행진한 뒤 사유지인 주차장 부지에 무단 난입했고, 현관 출입문과 벽·기둥 등에 ‘조·중·동 폐간하라’는 문구가 담긴 스티커 수백 장을 부착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했다.

언론의 논조가 자신들의 주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시위대가 언론사에 무단 침입해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불법행위다. 언론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뿐만 아니라 다중의 폭력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제언론인협회(IPI)가 한국 언론 상황과 관련해 엊그제 내놓은 총회 결의문은 참고할 만하다. IPI는 결의문에서 “한국 사회의 특정 집단이 메이저 신문에 타격을 주기 위해 디지털 포퓰리즘을 이용하고 있다”며 그 사례로 인터넷 공간에서의 메이저 신문 구독 거부 캠페인과 광고주를 겨냥한 광고 중단 경고 메시지 등을 꼽았다.

이처럼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고 불법적인 행위들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경찰은 손을 놓고 있다. 경찰 최고 책임자는 “경찰이 시위대의 타깃이 된 상황이어서 시위대를 자극해선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공권력이 시위대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꼴이다. 이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밤만 되면 서울 중심가는 시위대의 세상으로 변해 귀갓길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주변 중소 상인들은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정권 초기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던 ‘법과 원칙’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묻고 싶다. 평화롭고 합법적인 집회는 적극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불법적인 집회나 불법행위에 대해서까지 눈을 감는다면 이 나라는 법치국가가 아니다. 이제라도 공권력을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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