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권 100일만에 '보수위기론'이 등장한 데 대한 보수진영의 충격은 크다.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현실 정치에 뛰어든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에겐 더욱 그렇다.

    전 의원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글을 올리며 활동을 재개한 전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했다. 지난 2일 주간조선과 인터뷰를 한 전 의원은 현재 '보수위기'를 이렇게 진단했다.

    '고대하던 우파정권이 들어섰지만 정권 출범 불과 100일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어떤 심경인가'하고 묻는 질문에 전 의원은 "나는 이미 대통령 취임식 날부터 우파정권에 대한 굉장한 네거티브와 거부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촛불 정국'도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지난 10년을 주도한 좌파세력의 힘과 경험이 녹록지 않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이 부분을 직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유는 "이 대통령은 굉장히 순진한 비정치인이다. 정치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여의도라는 정글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이 정권창출에 기여한 스스로의 역량을 너무 과대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업적주의와 '코리안 드림'이 유권자들을 움직여 정권창출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건 50%의 지분에 불과하다"며 "이 대통령은 '아스팔트 우파' 등 정권창출에 기여한 나머지 50%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겸손하고 고마워했어야 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다니면서 공사하듯 그때그때 편의주의식으로 정권창출 세력을 대했고 이들에게 공을 들여 보호막을 만들고 판을 다졌어야 했는데, 이 대통령은 530만표 차이를 너무 과신했다. 그러다가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진 것"이라고 봤다. 20%대 아래로 추락한 현 지지율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이들 비토층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지금은 단순히 미국 쇠고기의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 비토'의 국면으로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았다. 전 의원은 "내가 속한 한나라당 부터 무기력했다"고 평했다. 그는 "지난 100일간 공천 등 쓸데없는 갈등만 불러일으키며 쓸데없는 사람들만 영웅으로 만들어줬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당 사람들은 정말 샌님에다 도련님, 공주님들이다. 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옷 입고 큰 사람들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대통령은 검소하고 거친 음식도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진과 장관들도 전 의원의 화살을 피해가진 못했다. 전 의원은 "노무현 정권 때는 '노무현 대신 죽겠다'는 장관과 수석들이 얼마나 많았나. 노무현 대통령보다 먼저 국민들 입에 거품을 물게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모두 대통령 뒤에 숨어만 있다. 결국 이것도 이 대통령의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권을 잡는 일도 피비린내 나지만 그걸 지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면서 "고통스럽더라도 정권을 지키겠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이어 "정권창출에 자신의 밑천과 땀을 쏟아 부어 정권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 차라리 시장통에 나가 산전수전 겪은 상인들을 설득해 낼 수 있는 경험 있는 정치인들이 대통령 주변에 있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웬 하버드 박사와 교수들인가. 지금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은 '초대 받은 손님들'같다. 나는 대통령이 학력 콤플렉스가 있지 않냐는 생각조차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실패한 인사지만 이 대통령이 초반의 실수를 빨리 수정한다면 희망이 있고, 초반의 실패가 오히려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 의원은 7월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나는 관리형 대표를 뽑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이 정권을 지키기 위해 자기를 던질 수 있는 사람을 대표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박이고 친이고 간에 이 상황이 위기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이명박 정권이 무너지면 친이나 친박이나 온전하겠는가"라고 반문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당대회가 요식행위가 돼서는 안 된다. 대통령 후보 경선도 처절하게 치른 마당에 당을 이끌 지도부를 뽑는 경선을 썰렁하게 치른다면 정당정치를 포기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야당이 두려운 존재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한 뒤 "지난 선거에서 탄돌이들은 다 심판받고 지금 민주당에는 경쟁력 있는 사람들만 살아남았다"며 "이들 80명이 똘똘 뭉쳐 일사불란하게 나아갈 것인데 우리는 153명이나 되지만 정치를 모르는 초선이 82명이나 돼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