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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대통합민주신당(신당)의 대표로 선출될 당시 당 지지율은 17~18%대(리얼미터) 였다.
당시 신당은 대선에서 참패한 뒤라 제대로 된 전당대회 조차 없이 손 대표를 당의 새 얼굴로 선택했다. '정체성'논란도 있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당 존립조차 힘들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 덮어뒀다. 새 지도부 선출방법도 논란이 컸다. '교황 선출방식'이란 낯선 제도를 도입했는데 당시 당 대표로 출마를 하려던 정대철 상임고문과 추미애 의원은 이에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7월 전당대회에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손 대표의 역할은 구원투수였다. 대선 참패 뒤 있을 4·9 총선을 치르기 위해선 최대한 당에서 '노무현색'을 빼야했다. 한나라당 출신이란 점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손 대표를 선택한 것은 단기간 당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적임자가 그 뿐이었기 때문이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손 대표는 4·9 총선에서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이다. 6·4 재·보궐 선거의 경우 연전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이제 그의 퇴임은 18일 남았고 민주당은 7월 당권경쟁이 치열하다. 당권 주자들 입에선 자연스레 '손학규 체제'에 대한 평이 나온다. 주자들 모두 '달라져야 한다'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손 대표에 대한 평은 썩 좋지 못한 상황이다. 6·4 재·보궐 선거의 선전도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덮어뒀던 '정체성'논란은 벌써 불이 붙었다. 당 대표 출마자들은 물론 최고위원직에 도전한 인사들 역시 자당의 '정체성'에 한 목소리로 문제점을 지적한다. 손 대표가 제시했던 '제3의 길' '새로운 진보'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당 정체성을 문제삼는 인사들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고 우클릭 하는 듯 했던 당 노선은 다시 좌클릭하려는 분위기다. 촛불정국속에서 '강햔야당론'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손 대표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독배인 줄 알면서도 이번 구원투수 역할을 잘 마무리 해 향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혀가려던 손 대표였는데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자당의 평이 초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 장악력도 크게 위축됐다. 큰 결심 끝에 꺼낸 '등원론'은 공개석상에서 퇴짜를 맞았다. 손 대표의 더 큰 고민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당 지지율이다. 여론조사 하나 만으로 손 대표의 정치를 총평할 순 없지만 당 지지율이 대표를 평가하는 주요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수개월째 정체중인 당 지지율을 보는 손 대표의 심경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 17대 총선 당시 7%이던 당 지지율을 50%대까지 끌어올리며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케이스다.
아직 퇴임까지 3주가량 남았지만 그 사이 민주당의 지지율이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은 어둡다. 14~15일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15.8%를 기록했다. 당권 주자들이 "반사이익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현재 민주당은 반사이익 조차도 챙기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손 대표가 침몰 일보직전의 짧은 기간 일으켜 세운 부분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6개월 간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당 지지율, '쇠고기 정국'에 휩쓸려 잃어버린 손학규 정체성, 이런 것들이 손 대표의 마지막 발자국에 더 선명하게 새겨지고 있는 점은 손 대표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