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민주당이 등원과 장외투쟁을 두고 갈팡질팡 하고 있다. 자체 규탄대회는 동력이 떨어져 접었다. 대신 촛불집회에 합류했지만 민주당을 바라보는 현장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자 당 내부에선 등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당 지도부가 엇박자를 내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당이 혼란스런 분위기다. 6·10 항쟁 21주년 기념 행사와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에 참여한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는 11일 최고지도부 회의에서 다른 목소리를 냈다.

    먼저 손 대표는 등원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손 대표는 이날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50만 군중 속에 같이 앉았던 저와 지도부, 국회의원은 착잡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야당의 역할을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해 앉아있으면서도 심각한 자괴감을 느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손 대표는 "물론 많은 분들이 참석에 호응하고 환영해주었고, 가축전염병예방법 국민청원운동에 같이 참여해주셨지만 그 분들 얼굴에서 분명히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호의와 동시에 제1야당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국민과 함께하면서도 여기 나오지 않아도 되는 야당의 역할에 대한 기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국민의 기대에 적극 부응할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등원을 시사한 발언이며 등원의 필요성을 언급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손 대표는 이어 "국민은 우리 야당도 이후에 무슨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며 "책임있는 야당, 대안정당으로서의 야당, 민주당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관심을 갖고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시민사회가 정치권의 동참을 환영하지만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분명한 역할 구분이 있어야 한다는 국민적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며 "특히 야당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우리 당 의원들은 국회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고 국회에 들어가고 싶다"고도 했고 정부.여당에는 "야당이 국회에서 국민의 의견 수렴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저는 앞으로 폭넓게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당원 의견을 수렴해 국회에서 우리의 역할을 제대로 찾을 수 있는 역할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마이크를 잡은 박 대표의 목소리는 달랐다. 자당이 제출한 가축전염병예방법의 국회 공청회 개최를 제안하고 한나라당의 참여를 촉구하며 등원에 힘을 실었던 박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어제 어느 신문에서 저를 무조건 등원론자로 보도했던데 그렇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제가 공청회를 주장해 그렇게 한 것 같은데 그것은 등원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조건은 하나"라며 "재협상이 관철될 수 있는 개연성이 보일 때 등원하는 것이고 아무 전망이 보이지 않는데 등원해서 그냥 앉아있을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박 대표는 "재협상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하나는 정부가 재협상을 수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 뒤  "국회가 이렇게 하면 정부는 재협상을 안 할 수 없고 정부의 협상결과는 법에 우선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중 어떤 개연성이 보일 때 우리는 등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공은 한나라당에 넘어갔고 한나라당이 이 두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을 선택해서 국민과 야당에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