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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재·보궐 선거 선전으로 한껏 기세를 올렸던 통합민주당이 닷새 만에 코너로 몰리는 분위기다.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이 현 정국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지만, 여론의 시선이 유가급등과 물가상승으로 인한 민생경제 문제로 점차 분산되면서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Bush) 미국 대통령과 20분간 전화통화로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반입되지 않도록 구두약속을 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지고 있고, 청와대 비서진의 일괄 사의표명 및 이르면 13일 쯤 발표될 이 대통령의 인적쇄신폭이 커질 것으로 알려지는 등 예상을 넘는 수준의 대응책이 쏟아지면서 민주당 장외투쟁의 명분이 점점 약해지는 상황이다.
9일 민주당 최고지도부 회의에선 이에 대한 고민이 노출됐다. 당내에서 '등원'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지도부 입에선 "국민 사이에 민주당이나 국회 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 촛불시위에만 맡겨두고 두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 그래서 국회 차원의 가축전염병예방법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박상천 공동대표)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쇠고기 공청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야3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참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쇠고기 문제가 정치적 영역에서 풀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주당의 고민은 어떤 모양새로 어떻게 등원하느냐다. 정부가 전날 고유가에 따른 민생종합대책을 내놓은 점도 민주당엔 부담이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란 모토를 걸고 있는 민주당으선 정부가 내놓은 민생대책을 뒷짐지고 볼 수 없는 입장이다. 정부가 내놓은 유가보조금 지원과 세금환급 등의 대책을 실현하기 위해선 세법 개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입법부인 국회가 열려야 한다. 민주당은 정부의 이런 조치를 등원 압박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 대표는 "이것은 국회 등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심도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희 최고위원은 "이번주가 상당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소속 의원들의 결속을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번주가 큰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어제부터 정부의 움직임은 크게 몇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되는 것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국민교란 작전을 펴고 있고, 유가대책이나 서민안정대책을 발표해 시선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야당을 압박하며 전선을 흐트려뜨리고 있고, 특히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비롯해 야당에 총공세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한나라당과 정부의 교란작전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의 대여공세 전략 수정을 요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모호한 입장으로 야당을 공격하는데 이제 공격 초점을 한나라당에 둬야 한다"며 "정부가 재협상으로 돌아서지 않는 것은 한나라당이 정부의 뒤를 계속 돌봐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고시를 강행한 것도 이 대통령이 중국에 있을 때 여당과 당정협의를 통해 결정했다"며 "한나라당의 정체를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하고,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꼼수를 부리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보이면서 이명박 정부 공격에서 한나라당 공격으로 가야 한다"고 늘어놓았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10일 6·10 항쟁 21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대규모 집회에서 자당에서 제출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야3당과 공조해 국회 차원 공청회 개최를 계획했다. 공청회에 한나라당의 참여도 촉구할 방침이다. 정부·여당의 국면전환 시도에 대한 맞불인 셈이다. 민주당은 10일 대규모 집회에도 당 차원의 참여를 계획했다. 소속 의원은 물론 당직자들 전원을 참석시킬 방침인데 여전히 집회가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으므로 활동폭이 좁아 민주당이 10일 집회를 통해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