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9일 사설 <대통령 핵심 측근의 ‘권력 사유화’ 발언>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을 지낸 핵심 측근이다. 이재오 전 의원이 국내에 없어 그의 비중은 더욱 커졌다. 그런 그가 인터뷰와 성명을 통해 핵심 인사들이 인사 개입 등으로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니셜이지만 구체적인 지목도 있었다. 지목된 인사 중 한 명은 정 의원의 폭로를 근거 없다고 비판해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정 의원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고 했듯이 일부 핵심의 권력 잡음은 취임 초부터 정권 안팎에서 들려 왔다. 인수위·내각·공기업의 인사, 그리고 한나라당 공천에 핵심들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했으며 실세 간 권력 다툼도 적지 않았다는 게 권력 내부 인사들의 얘기다. 지난 4월 총선 때 정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수도권 출마자 50여 명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공천 반납을 주장하는 집단 행동을 벌인 것도 권력을 둘러싼 잡음과 갈등이 있다는 증거였다. 정 의원은 4월 총선 직전 대통령에게 이런 상황을 말했으나 대통령이 일축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내부의 고언(苦言)에 귀를 막은 셈이 된다.

    대통령은 정 의원의 이런 폭로가 어느 정도 사실인지 규명해야 할 것이다.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자신의 등잔 밑에서 일어난 일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은 진상을 정확히 파악해 조만간 있을 인적 쇄신에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폭로 내용과 별도로 정 의원의 행동에도 짚을 것이 있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서 자신은 인사 개입 등이 없었는지, 그가 주장하는 핵심 인사의 2월 조각(組閣) 개입이 사실이라면 왜 당시엔 입을 닫았는지, 지난 총선 때는 집단 행동을 주도했다가 왜 흐지부지 끝냈는지 그는 설명해야 할 것이다. 정권에 이런 위기가 오기 전에 왜 정권 내부에서 좀 더 일찍 호루라기를 불지 않았는지도 묻고 싶다. 이명박호는 좌초 중이다. 핵심 선원들은 순수하게 선장을 도와 배를 움직이게 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 만의 하나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에만 신경 쓰는 계산이 있다면 선장이 선원을 잘못 고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