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치러진 6·4 재보궐 선거. '쇠고기 파동'이란 메가톤급 후폭풍으로 이명박 정부가 코너에 몰린 상태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는 결국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을 한 셈이됐다.

    반면 재보궐 선거 마다 완패를 거듭해 온 통합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패배의 수렁에서 벗어나며 한숨을 돌렸다. 규모가 작은 선거임에도 이번 선거는 정치적 의미가 남달랐다. 선거결과가 지금의 쇠고기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결과가 한나라당의 완패로 끝난 만큼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쇠고기 정국에서 더 위축될 수밖에 없고 과반이 넘는 의석을 확보하고도 야당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는 냉혹했다. 쇠고기 파동으로 성난 민심이 선거결과로 고스란히 표출됐다. 한나라당은 전통적 강세지역인 서울 강동구청장 선거마저 패했고 텃밭인 영남지역에서도 무소속 후보들에게 고전했다. 전국 52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결과 기초단체장 선거구 9곳 중 6곳에서 후보를 낸 한나라당은 경북 청도 1곳에서만 승리를 했다. 민주당은 선전했다.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서울 강동과 인천 서구청장 선거를 이겼고 자당 텃밭인 전남 영광도 지켰다. 자유선진당도 충남지역 광역.기초 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지난 총선에 이어 충청권 바람을 이어갔다.

    선거마다 승승장구하던 한나라당은 집권 100일만에 참패하자 침울한 분위기다. 조윤선 대변인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참패한 결과에 대해선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고,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받들지 못했다. 이번 선거를 반성과 자성의 기회로 삼겠다"고 평했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 마련된 선거 상황실도 당 지도부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매우 썰렁한 분위기였다.

    반면 민주당은 고무된 표정이다. 손학규 대표는 선거결과에 대해 "국민 건강을 외면하고, 국민 주권을 가벼이 여기고, 서민 생활을 외면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라고 평했다. 손 대표는 "이뜻을 받들어 쇠고기 재협상을 반드시 관철하고, 한반도 대운하를 저지하고, 의료보험 민영화 같이 서민생활, 서민복지를 침해하는 일은 단호히 막는 야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사 6층에 마련된 선거 상황실 분위기도 한나라당과 달리 밝았다. 오랜만의 승리를 맛본 당직자들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이번 선거의 성적표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향후 국정운영에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의 쇠고기 파동 국면에서도 여권은 더 힘을 잃게됐다. 또 이 대통령이 검토중인 국정쇄신책과 인적쇄신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쇠고기 재협상 목소리는 더 커지고 대여공세의 강도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재보선 투표율은 23.2%로 역대 재보선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던 지난 2000년 6월 재보선 21.0%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