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심수습을 위한 정부의 인적쇄신 폭이 예상보다 넓어질 전망이다.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하는 극단의 카드까지 제시한 정부는 관련부처 장관과 일부 수석 교체 수준이 아닌 근원적인 쇄신을 통해 쇠고기 논란으로 촉발된 국력소모를 확실히 매듭짓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당초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김성이 보건복지여성부 장관에 청와대 김중수 김병국 이종찬 수석 등이 교체대상으로 거론됐지만 경제관련 부처를 포함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한승수 국무총리와 류우익 대통령실장 등 권력 핵심부가 책임론에서 비켜가서는 사태를 마무리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총리와 류 실장은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사퇴를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류 실장은 '잘못된 인선'을 주도했으며, 새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꿰도록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인적쇄신과 관련해 4, 5명선의 교체를 보고받고 "그 정도로 되겠느냐"고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도높은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청와대는 교체 폭이나 대상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수석들은 일괄 사의 의향에 대해 "내각이야 사퇴를 본인이 결정할 수 있지만 참모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전적으로 대통령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입모으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총리와 대통령실장 교체를 압박하고 있다. 3일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홍준표 원내대표는 "비상시국인 만큼 국민이 생각하는 이상의 고강도 쇄신책을 써야 할 것으로 보며 의원들의 생각도 그렇다"며 "잘못한 사람이 있는데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해서는 안 되고 아깝고 미안하지만 책임지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와 류 실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취임 100일을 맞은 3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시작하기 전 국무위원들에게 "100일 됐으니 악수나 한번 하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에둘러 표현된 것으로 비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