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출범 100일'을 맞은 청와대는 숙연한 자성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명박 대통령도 평소와 다름없이 이날 예정된 국무회의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국정 안정과 국민 기대속에 새로운 희망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아야겠지만,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 논란으로 촉발된 여론악화에 밀려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역대 최대 표차(520만표)의 압도적 지지는 '지나간 이야기'가 됐고, 집권 88일만에 가진 대국민담화에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20%초반으로 곤두박질쳤다. 국정 혼란의 책임을 물어 내각과 청와대 수석보좌진의 총사퇴까지 고려해야하는 지금의 상황은 이 대통령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100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모두 잘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시행착오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고 정착시키는 데에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며 여론의 혹평속에서도 비교적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비된다.

    청와대 한 핵심측근은 이날 "이 대통령은 원래 100일이라든가 1년맞이 같은 숫자에 관심을 두는 스타일이 아니다. 주위에서도 특별히 이와 관련한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그간 일한 만큼 성과가 나오고 또 국민을 이해시켜야했는데 아쉬운 거야 어쩔 수 없지 않겠나. 100일이라고 하는데 마치 1, 2년이 지난 것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중폭수준의 개각을 포함한 인적쇄신과 고유가와 곡물원자재값 폭등 등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마련에 주력함으로써 민심수습에 나설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로지 국민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국민을 섬기고 설득한다면 현재의 위기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