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민주당이 18대 국회 시작부터 '장외 투쟁'을 선택하며 '쇠고기 정국'에서 민심의 등에 탔다. 스스로 "상처입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할 만큼 장외투쟁에 따른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민주당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을 단숨에 끌어올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판단에서다.

    '쇠고기 파동'이 이명박 정권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점도 민주당을 장외투쟁이란 유혹에 빠지게 했다. 지난달 31일 최대규모로 서울 도심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여를 두고 민주당은 고민했다. 감수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커 당 지도부는 결국 촛불집회 합류를 하지 않고 당이 주관하는 규탄대회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개별 의원들의 참여는 자유 의사에 맡겼고 일부 의원들은 촛불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런 선택에도 민심은 좀처럼 민주당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10% 중반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실시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16.9%(조선일보-한국갤럽)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3월 초 조사때 보다는 올랐지만 상승 폭은 작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그것보다 반토막 수준이다.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서는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했다. 지난달 24일 17.6%이던 지지율이 14.2%로 3.4%P나 빠졌다.

    부여받은 권한을 박차고 '망가질' 각오를 하고 거리로 뛰쳐나와 민심과 보폭을 맞췄는데도 불구하고 여론은 옆에 앉은 민주당을 외면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고민이다. 더구나 한없이 거리에 앉아 있을 수도 없다. 하지만 회군할 퇴로를 찾기도 마땅치 않다. 분명 유리할 것이란 판단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쇠고기 파동'에 몸을 실었음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지지율. 왜일까. 원인을 '스타플레이어 부재'에서 찾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민주당 내에 여론을 주도할 만큼 영향력 있는 인사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촛불집회의 힘을 증폭시킬 만한 영향력 있는 스타플레이어가 민주당과 야권에는 없다"고 말했다.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져 지금의 촛불집회 파괴력을 증폭시켜야 하는데 촛불에 발은 담궜음에도 민심과 당을 연결할 고리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나 민주당의 조경태 의원 등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들 역시 여론의 힘을 배가시키는 데는 역부이라는 평이다.

    또 전선이 이미 '정부 대 일반시민'의 구도로 짜여져 민주당이 여론을 주도할 공간도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민주당의 참여에 대한 시민 반응도 싸늘해 역풍의 우려도 크다. 민주당의 뒤늦은 참여를 기회주의적 행태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6·4 재보궐 선거를 위한 정치적 포석이란 것이다. 만일 이틀 뒤 있을 재보궐 선거의 성적표 마저 좋지 않을 경우 민주당의 입지는 더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