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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선택한 중국 젊은이들과의 소통방식은 '펀(fun)'이었다. 이 대통령은 29일 중국 베이징대에서 대강당 판공루 600석을 가득 채운 대학생들로부터 50여분간 연설동안 14번의 박수를 받았다. 그 중 다섯번은 이 대통령 특유의 유머가 이끌어낸 것으로 학생들의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연설이전부터 학생들의 호응은 예상됐다. 참석을 희망한 학생들이 많아 심지뽑기까지 동원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국유학생 1200여명 중에서는 베이징대 관례에 따라 100명이 선발됐다.
기립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오른 이 대통령은 밝은 웃음과 함께 객석을 향해 손흔들어 인사했다. 이 대통령이 착석한 한참 후까지도 박수가 이어진 다음 학생들은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사회자가 이 대통령과 함께 부인 김윤옥 여사를 소개하자 이 대통령은 객석에 앉아있던 김 여사에게 일어서서 인사해주라는 손짓을 보내는 여유도 나타냈고, 김 여사는 학생들의 박수속에 고개숙이며 답했다.
이 대통령은 강연에 앞서 "먼저 양해를 구해야겠다. 원래 목소리는 방송 아나운서보다 더 좋은 목소리인데…. 하긴 여러분은 내 목소리를 안듣고 통역을 들으니 걱정이 안된다"며 부드럽게 이끌었다. 곧이어 이 대통령은 "따지아 하오(大家好, 여러분 반갑습니다)"라며 중국말로 인사하며 친근감을 나타냈고 학생들은 첫 박수로 화답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대통령으로서만 아니라 인생의 한 선배로서, 내일의 지도자들인 여러분과 가슴열고 대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한 이 대통령은 "세계 각국은 중국이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세계 공통의 이익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잘 구현해 내고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세계국가로서의 역할을 주문했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지나간 후 이 대통령은 중국 아가씨와의 사연을 김 여사 앞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소개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 대통령은 "베이징대 교정에는 '웨이밍후(未名湖)'라는 호수가 있어 휴식처와 데이트코스로 인기있다고 들었다"고 말했고 학생들은 가벼운 웃음으로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곧바로 "사실이냐"고 질문을 던졌고 이 대통령과 학생들의 거리는 급격히 좁혀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걸 보면서 내가 여러분과 같은 나이였을 때 생각나는 아름다운 중국아가씨와 추억이 있다. 우리 집사람(김 여사)이 와있어 말하기 곤란하지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 땐 참 좋았었는데…. 갑작스런 귀국으로 이어지진 못했다"며 연타를 날렸다. 이 대통령은 "그때는 결혼하기 전이었다"며 '수습'에 나섰다가도 "만약 내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중국인 집안의 사위가 됐을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아마 중국의 대통령이 됐을 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학생들의 큰 웃음을 유도했다. 이밖에도 이 대통령은 한류드라마 '대장금'이나 '삼국지' '수호지' 등을 소재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이날 자신의 어린 시절을 가감없이 소개하는 등 가벼운 이야기에서부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키로 한 한중정상회담에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 연설에서 가장 큰 박수는 국내 강연에서도 자주 강조해왔던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에서 나왔다. 바로 '젊은이의 꿈과 희망, 그리고 도전'에 관한 이야기.
이 대통령은 "나의 인생을 두고 '신화다'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신화는 결코 없다. 수많은 위기와 안팎의 도전을 온 몸으로 돌파한 한 청년의 꿈과 열정이 있을 뿐이지 신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꿈을 추구하는 한 우리는 영원한 청년이라 할 수 있다"면서 "그래서 나는 청년이다"고 힘주어 말했고, 연단에 자리했던 쉬즈홍(許智宏) 베이징대 총장을 포함해 학생들은 동감의 맞장구를 쳤다.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저서 '신화는 없다' '온몸으로 부딪쳐라'를 재편집한 중국어판 '경영미래'를 가져온 학생들에 사인을 해줬으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핸드폰 카메라 촬영을 위해 몰려들자 손을 흔들어 포즈를 취해주거나 악수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행사장을 빠져나가는데만 6분 이상이 걸렸다.
질문에 나선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베이징대 한국어과 석사과정의 한 학생은 강연이후 "생각보다 매우 소탈하고 멋있다"고 말했으며, 법학과 1학년이라는 학생은 "쓰촨(四川) 지진 피해에 지원과 구조를 해줘 감사하다. 방금 연설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감사를 전했다. [=베이징·칭다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