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을 국빈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베이징(北京)대 연설에서 한중 간의 바람직한 관계와 함께 인생의 대선배로서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솔직담백하게 들려주며 중국 대학생들과 `교감'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질의응답을 포함해 1시간여 진행된 연설 모두에 '따지아 하오'(大家好, 여러분 반갑습니다)라며 중국어로 인사를 하면서 특유의 쉰 듯한 목소리에 언급, "먼저 양해를 구한다. 원래는 방송 아나운서보다 좋은 목소리다. 하긴 여러분이 통역을 들으니 걱정 안한다"고 말하는 등 때때로 유머를 던져 폭소와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사천성 대지진 피해 참사에 대한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중국과 가까운 우방으로서 재건사업에도 적극 협력,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꿈을 추구하는 한 영원한 청년" = 이 대통령은 자신의 어려웠던 젊은 시절의 얘기를 들려주면서 중국 대학생들에게 '꿈'과 '열정'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청년은 생물학적인 나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이해를 넘어 국가와 사회, 그리고 인류를 위해 헌신하고자 노력할 때 진정한 청년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꿈과 열정이 없는 청년은 청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도전한다고 해서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실패할 수도 있으나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된다"면서 "실패해도 도전하고 또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젊음의 특권"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의 대문호 노신 화개집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이지 말이 아니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실천'과 '행동'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성공 스토리로 이야기를 옮겨갔다. 이 대통령은 "고학생이자 일당 노동자였던 청년이 기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CEO(최고경영자)가 되고 마침내 대통령이 된 내 인생을 두고 사람들은 '신화'라고 하지만 신화는 결코 없다"면서 자신의 자전적 수필인 '신화는 없다'를 소개한 뒤 "꿈을 추구하는 한 우리는 영원한 청년이고 그래서 나도 청년"이라면서 "(여러분과)테니스, 팔씨름해도 이길 것 같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기업을 거쳐 정치에 입문, 청와대로 입성하기까지의 과정도 자세히 소개했다. 지난해 대선 승리에 언급,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표차로 압승를 거뒀다"면서 "국민이 나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변화에 대한 욕구'였다. 우리 국민은 낡은 이념이나 정파 정치에 연연하지 않은 비전의 리더십을 원했다"고 말했다.

    ◇"북경올림픽 개막식 꼭 오겠다" = 이 대통령은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과 급속한 경제발전을 높게 평가했다. 올해가 등소평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개혁 개방 정책을 채택한 지 30년이 되는 시점에 맞춰 나름대로 그 성과를 결산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사상유례없는 연평균 9% 이상의 고도 성장을 지속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기적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 과감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한 지도자들의 올바른 결단과 중국 국민 모두가 경제건설에 매진해 이뤄낸 땀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제시한 '과학적 발전관, 조화로운 사회, 조화로운 세계'의 이념을 향후 중국이 나아갈 나침반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후 주석의 탁월한 리더십 하에 전면적 소강사회(小康社會.더불어 잘사는 사회)의 목표를 앞당겨 실현할 것으로 믿는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중국은 이런 발전에 힘입어 올해 8월 베이징에서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면서 "이미 20년전 올림픽을 개최한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성공적인 개최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개막식에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대통령 됐을 지도" = 이 대통령은 강의 중간중간 중국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베이징대 교정에는 미명호라는 호수가 있어 여러분의 휴식처와 데이트코스로 인기가 있다고 들었다. 사실인가"라는 말로 분위기를 띄운 이 대통령은 "여러분과 같은 나이였을 때 외국에서 근무하면서 아름다운 중국 아가씨와 알고 지냈다"면서 "집사람이 와있어 말하기 곤란하지만 그 때 참 좋아했는데…"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갑작스러운 귀국으로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만약 내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나는 중국 집안의 사위가 됐을 것"이라며 "그렇게 됐다면 아마 중국의 대통령이 됐을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중간 교역의 급팽창 과정을 수치로 소개한 뒤 "나는 청년시절 수호지와 서유기를 읽고 많은 지혜를 얻었다"면서 "얼마전 한국의 TV연속극 대장금이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는데 한국 드라마를 통해 낯설지 않은 문화를 느끼셨을 것"이라고 양국간 문화적 동질감을 강조했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내가 서울시장 때 중국은 (서울을) '한청'(漢城)이라고 불렀는데 '서울'(首爾)로 바꿔 불러달라 요청했다"면서 "과거 같으면 그냥 한청으로 부르겠다고 했을텐데 즉각 서울로 부르기로 합의했다. 작은 문제지만 큰 변화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대 대강당의 600개 좌석을 가득 메워 성황을 이룬 이날 강의에는 양결체 외교부장, 닝쿠푸이(寧賦魁) 주한 중국대사 등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쉬즈홍(許智宏) 총장은 강연후 도자기 기념품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신청자가 많아 제비뽑기로 강의를 들은 중국 학생들은 이 대통령의 저서를 중국어로 번역한 '경영미래'를 들고 나와 사인을 요청했으며, 이 대통령은 일일이 악수를 하며 사진촬영에 응하기도 했다.[=베이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