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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18년째 청소업무를 담당해온 기능직 공무원 이모씨는 30일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인원 감축 대상에 올라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것. 2년만 더 일하면 적지만 공무원 연금을 탈 수 있다는 기대도 순간 무너져버렸고, 공부시켜야할 자식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 내렸다.
청와대는 이날 각 부서별로 기능직을 포함한 60여명에 대기발령을 통보했다. '작은 정부'를 기치로 내건 새 정부의 실용성과 효율성을 위한 공직사회 전반적인 체질개선이라고는 하지만 문제는 기능직 대부분이 형편이 그리 넉넉치 않고, 타 직장으로 옮길 여력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회적 약자에 해당할 수 있는 이들에게 마땅한 대책마련이 없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에는 청소, 식당, 냉난방실, 운전, 정원관리, 사무보조 등 업무를 맡는 기능직이 있으며 주로 8·9급 하위공무원으로 연봉은 1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나이가 많거나 여성인 경우가 상당수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들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사정이야 있겠지만 '따뜻한 사회'를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뜻과도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자 정부, 부자 청와대'라는 비판적 여론이 나오는 마당에 이런 소식을 접하니 더욱 씁쓸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근로자의 날 수상자들을 격려하면서 "우리 정부는 약자계층, 도움이 필요한 계층을 위해 일할 것이며 그것이 선진사회로 가는 길"이라며 "잘되는 사람은 능력에 맞게, 약자에게는 길을 열어주고 보호 지원해야한다. 그늘진 곳을 찾아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대기발령을 받은 이들에게는 1년간 기본수당을 지급하는 유예기간을 줄 방침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원이 준다는 부분도 있지만 타 부처에서 온 공무원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면도 있다"며 "기능직도 구조조정이 아니라 복귀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다른 부처의 인원 감축규모는 더 크다. 전체 공직사회에 '슬림화'를 요구하면서 청와대만 예외가 될 수 없지 않느냐"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마음이 아프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각 부서별로 특수성을 감안해 선별하고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정권 말기 다수의 일용직을 기능직으로 전환한 것이 오히려 이들이 자리를 잃는 역효과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정확한 수를 파악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초 기능직으로 바뀐 경우가 제법 있다"며 "인심은 이전 정부가 쓰고, 비난은 새 정부가 받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용직이었다면 굳이 구조조정에 해당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새 정부가 지향하는 공직사회 개혁을 알면서도 행한 지난 정부의 '재뿌리기'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