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8일자 오피니언면 '노트북을 열며'에 이 신문 박승희 정치부문 차장이 쓴 '사랑받는 대통령의 절대조건'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박근혜=“친박 인사를 무조건 복당시켜야 한다. 나를 도왔다는 이유로 ‘괘씸죄’에 걸려서 사적인 감정으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이번 선거를 보면 어느 누구에게도 일방적 승리나 패배를 안겨준 건 아니다. 다 승리자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인들도 이제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봐야 한다. (대통령인 나는)국내의 사사로운 문제에 관심 두지 않는다.”

    ▶박=“계파정치를 할 것이라며 (나를)못 믿겠다고 한다면 내가 이번 7월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겠다. 그러니 그 분들을 전부 복당시켜 주기 바란다.”

    ▶이=“친이는 없다. 친박은 있을지 몰라도…. 국내에 더 이상 내 경쟁자는 없다. 내 경쟁자는 외국의 지도자들이고 그들과 경쟁해 대한민국을 잘사는 나라로 만들려고 한다. (당신도)이제까지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당연하다. 대통령이 됐는데 무슨 경쟁자가 있느냐. (하지만 한나라당 안에)계파가 없다고 했으니 복당도 아무 문제가 안 되는 것 아니냐?”

    ▶이=“(내가)또 대통령에 출마할 것도 아니고…. 경제 살리기를 해야 한다. 어떤 태도도 국민이 바라는 경제 살리기 앞에선 힘을 쓸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총선이 끝난 뒤 만난 일이 없다. 당연히 직접 대화를 한 적도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충분히 주고받고 있다.

    총선이 끝난 지 나흘 만인 4월 13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4월 25일 국회에서 박 전 대표가 한 발언을 시점과 장소를 무시한 채 대화체로 재조합하면 그렇다(괄호 안은 필자가 추가).

    두 사람의 발언은 서로에 대한 섭섭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선지 18대 총선에서 과반인 153석을 얻고도 한나라당 내부는 뒤숭숭하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와의 불협화음을 한나라당 내부 문제로 분류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경쟁자’ 발언이 그렇고,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는 발언이 그렇다. 청와대 사람들도 요즘 “자꾸 대통령을 박 전 대표의 상대편에 놓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대통령 후보 경선 끝난 지가 언젠데 대통령과 박 전 대표를 동렬에 놓고 대립시키느냐”고도 항변한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정치는 소비자들의 몫도 있다. 그 소비자들 중 많은 사람은 지금 이런 가설을 말하며 불안해한다.

    ‘메아리 없는 외침을 하다하다 박근혜가 독자노선을 택하기로 결심하면… 정당 간 이합집산이 다시 일어나면… 국회가 시끄러워지면… 대통령이 할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 경제는…’.

    총선에서 이재오·이방호 의원의 낙선은 뉴스였다. 나는 이들의 낙선을 ‘박사모’의 저주 때문이라고만 보지 않는다. 친이와 친박이 서로 삿대질하며 싸우고 그때마다 당이 들썩거린 모습이 싫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소요(騷擾)의 주동자들을 지목한 것이라고 본다. 패자에 관대한 민심도 작용했을 터다.

    대선 전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미국의 대통령학 학자이자 정치 컨설턴트인 리처드 뉴스타트는 ‘사랑받는 대통령의 7가지 절대조건’ 중 첫째를 ‘사랑받는 대통령은 권력분할의 황금비율을 안다’라고 했다. 포용과 타협의 정치를 위해 내민 손은 부끄럽지 않다.

    지난주 금요일(25일) 대통령은 한나라당 낙선·낙천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했다. 박 전 대표가 기자 간담회를 한 날이다. 대통령 발언 중 일부다.

    “다들 능력이 없어서 안 됐다기보다는 바람 같은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마음이 안됐습니다. 우리는 어차피 정권을 만든 공동 주역이 아닙니까. 비록 국회를 떠나더라도 어디서든지 저를 잘 도와서 국민에 대한 우리의 무한책임을 잘 할 수 있도록 5년 동안 함께 갑시다….”

    만찬이 끝난 뒤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청와대 본관 앞에 나와 이들이 탄 버스가 눈에서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고 한다. 왜 박근혜에겐 이게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