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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6일 사설 '가짜 서류 제출한 수석이나 그걸 믿은 비서실이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농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자신의 가족이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청와대에 낸 '자경(自耕)사실확인서'가 가짜 서류임이 밝혀졌다.
박 수석은 24일 재산 공개 후 남편이 6년 전 친구 2명과 함께 산 인천 영종도 논 1353㎡와 관련해 투기 의혹을 받았다. 농지법엔 직접 농사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자 박 수석은 "남편 친구의 삼촌이 농사를 짓고 있으며 우리 가족도 주말에 가끔 가서 농사를 짓는다"고 해명했고 그 증거로 자경사실확인서를 제출했었다.
그러나 자경확인서를 써 준 동네 영농회장은 "땅 주인이 써 달라는 대로 썼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그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도 "논 주인인 박 수석 남편은 1년에 5~6차례 와서 둘러보고 갈 뿐 농사를 지은 적은 없다"고 했다.
자경확인서 조작 여부가 문제되자 박 수석은 "자경확인서는 토지를 함께 소유하고 있는 남편 친구 가족이 받은 것으로 이를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황당한 얘기다. 남편 친구 가족이 몇 년간 내내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지난 20일 현지 주민을 찾아가 자경확인서를 써 달라 해서 받았겠는가. 그 사람도 박 수석처럼 고위 공직에 취임했기 때문에 자경확인서가 필요해졌단 말인가. 그리고 그 확인서가 어떻게 바로 박 수석 손에 들어가 청와대에 제출하게 됐느냐는 것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말이 꼬여 들어가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 담당 부서는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자경증명서'는 공무원이 현지에서 사실확인을 한 뒤 시·구·읍·면장이 직인을 찍어 발부하게 돼 있다. 박 수석이 냈다는 '자경사실확인서'는 영농회장 도장만 찍혀 있을 뿐이다. 청와대는 이런 문서를 받아 놓고 "본인이 자경확인서까지 갖고 있다"며 문제 없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두 달 전 장관과 청와대수석 임명 과정에서 '부실 검증' 논란이 일었을 때 청와대는 "인수위 시절 제대로 검증할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이제는 또 무슨 변명을 내놓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