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한달째 번갈아가면서 '불출마'를 내건 정치적 승부를 벌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강 대표와 박 전 대표는 서로가 '불출마'를 선언 혹은 시사하게된 직접적인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강 대표는 지난달 23일 공천잡음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겠다며 4.9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을 하며 난국 해결에 나섰다. 강 대표의 불출마 선언에는 당시 공천 결과를 놓고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비판한 박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 도화선이 됐다.

    그러나 강 대표의 불출마 선언에 이은 박 전 대표의 반응은 "내가 이야기한 것과 (불출마는) 사실상 관계가 없는 이야기"였다. 박 전 대표는 여기에 더해 언론 인터뷰에서 "공당의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을 지적한 것인데 그것을 강 대표가 '계파 싸움'으로 생각해 출마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문제 핵심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고 폄하했다.

    이후 박 전 대표는 탈당 친박인사들의 복당을 주장하면서 선거과정에서도 이들에 대한 '암묵적' 지원을 했으며, 강 대표는 '복당불가'원칙을 고수하면서 대립각을 세워왔다. 결과적으로 영남지역에서 친박연대와 무소속 친박이 대거 승리하면서 박 전 대표의 '승리'로 매듭지어졌다.

    약 한달이 지난 25일 전현직 당 대표의 입장은 '불출마'를 놓고 반대의 위치에 서게 됐다. 이번에는 박 전 대표가 친박 복당을 위해 '전당대회 불출마'조건을 내걸었고 강 대표는 "할 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계파정치를 우려하는 당내 시각에 맞서 "못 믿겠다면 내가 7월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겠으니 나간 분들 전부 복당 시켜달라"고 주문했다. 박 전 대표의 사실상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에 대한 강 대표의 공식입장은 '묵묵부답'. "할 이야기는 이미 다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주장에 한나라당 주류의 반응역시 냉담했다. 남경필 의원은 "이해가 안된다"고 고개를 갸우뚱했으며, 정두언 의원은 "떨어진 한나라당 후보 생각도 좀 했으면 좋겠다"며 '박근혜식 계파챙기기'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강 대표는 줄곧 "내가 대표로 있는 동안 복당은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어왔다. 한달만에 강 대표와 박 전 대표의 위치를 바꿔 공수를 벌이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