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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첫 여야지도부 초청 간담회는 서로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한나라당에서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권영세 사무총장이 참석했으며 통합민주당에서는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와 김효석 원내대표 등이 자리했다. 4.9 총선 이후 여야 대표가 한 자리에 마주하게 된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오찬 회동에 앞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강 대표는 "모르겠다. 나는 배석하러 온 사람"이라며 가볍게 답했고 박 대표는 "나는 제안하러 왔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BBK의혹 제기와 관련한 고소고발건이 진행 중인 것을 의식한 박 대표가 "BBK 털고 가자"고 말하자 강 대표는 웃으며 "그것도 특검하자"며 뼈있는 응수를 했다. 이에 박 대표는 "정치적 공방으로 형사처벌을 안하는 것이 미국에서도 관행"이라며 무혐의로 마무리된 BBK의혹 제기 책임을 져야할 당 소속 의원 감싸기에 나섰다.최근 정부정책에 '시어머니'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도 화제에 올랐다. 이 의장이 "민주당이 할 일을 내가 하고 있다"고 말하자 안 원내대표는 "완전 야당이다.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거들었고, 이 의장은 "민주당 비밀당원"이라며 농담했다. 한미 FTA 국회 처리를 당부하는 이 의장에게 민주당 김 원내대표는 "FTA 처리합니다. 시기가 문제지"라며 맞받았다.
행사 10여분 전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기다리던 여야 지도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한미 FTA 처리, 미국 쇠고기 시장 개방, 교육자율화 등 첨예한 대립 전선을 잠시 떠나 서로 안부를 묻는 등 원만한 분위기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운동'을 주제로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들간에는 재미있는 농담이 오갔다. 이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 한사람한사람에게 요즘 무슨 운동하는지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손 대표에게 "등산 자주 하느냐"고 안부를 물었고 손 대표는 "틈틈이 다니는데 요즘 바빠서 잘 못갔다. 매년 지리산 종주는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골프를 치는데 요즘 못갔다"고 답하자 안 원내대표가 "박 대표는 중요한 운동한다. 담배피우기 운동. 요즘에도 두갑씩 피운다"고 대신 답했고, 재털이를 발견한 이 대통령은 "벌써 두개 해치우셨네"라고 말했다.김 원내대표의 "(특별한 운동을 하기보다) 대중없이 한다"는 대답에는 강 대표가 "김대중 대통령 없이도 한다구요"라며 장난기섞인 말을 던졌다. 테니스를 자주 치느냐는 한 참석자의 물음에 이 대통령은 "일주일에 한번 하려고 노력한다"고 답했고, 강 대표는 여기에도 웃으며 "황제테니스"라고 말해 주위를 웃겼다.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야 지도부를 바로 모시려고 했지만 선거도 있고 외국도 가고 (해서) 오늘 초청하게 됐다"고 상황을 설명했고, 손 대표는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잘 끝내고 돌아왔다. 한미우호 관계와 동맹관계를 발전시키고 한일 관계도 증진했다"고 평가하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4월 국회 입법대책 등 국정 운영 전반에 초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민주당은 쇠고기 재협상을 비롯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현안을 둘러싼 여야 의견 조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