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석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당내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발언을 했다. "감세(減稅)에 찬성한다"고 했고 "성장 중시"란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금껏 감세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고 분배를 통한 성장에 무게를 뒀다. 전신인 열린우리당에서 지금의 민주당으로 오면서 당 이념이 진보에서 중도로 이동했지만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기존의 '당 정체성' 노선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손학규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당이 우클릭했고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당선자들의 이념 성향이 전체적으로 우경화 하는 모양새지만 아직 당 정체성이나 노선이 명확히 확립되지 않아 이를 둘러싼 논쟁이 촉발된 시점이고, 또 무엇보다 6월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이어서 "감세 찬성"이란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체성' 논란을 더 가열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을 비판하면서 감세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이 정부가 추진하는 금리 인하, 환율 인상, 추경 편성, 내수 진작은 전부 문제"라며 "굉장한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한 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 말하지만 그렇게 해선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감세'를 꺼냈다. 그는 "이한구 의장(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옳은 말을 했다"고 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하는 강 장관을 비판하고 "국회로서는 추경보다는 감세로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한 이 의장의 발언을 두고 한 말이다. 김 원내대표는 "(추경편성 대신) 감세가 낫다는 이 의장의 말이 옳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는 "우리는 감세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감세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데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의장은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을 주장하지만 우리는 유류세 감면과 중소기업에 대한 감면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감세 찬성은 지금까지의 민주당 입장과는 배치되는 주장인데 김 원내대표도 "우리도 과거에는 감세를 반대했고 진보 그룹은 감세를 반대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제 당 노선과 정체성도 변화해야 한다는게 김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과거에는 분배를 통한 성장을 주장했는데 우리는 이제 성장을 더 중시한다. 이는 현재 노선과 차이가 있고 한나라당과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과의 차이점을 '중소기업을 통한 성장'으로 뒀다. 실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란 게 그의 주장이고 중소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실질적 성장에 도움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김 원내대표의 이런 주장이 아직 당내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당내에서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진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당에선 그런 방향으로 가는게 대다수라고 본다"면서 "기본적으로 이런 기준을 갖고 일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이 나오자 '당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 원내대표의 "감세 찬성" "성장 중시" 발언이 기존 당 노선이나 정체성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감세 부분은 기존에 진보와 다른 얘기를 한 것이고 이는 정체성 문제와도 직결되는데 (변화) 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17대 국회에서든 18대 국회에서든 꾸준히 해야한다"고 답했다.

    그는 큰 틀에서의 노선을 제시했는데 먼저 "민주당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뉴레프트 진영에서 토론회도 했고 여러 안을 얘기하고 있다. 실용적인 진보 개념이 나왔는데 '실용'이란 개념을 갖고는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을 채우기 어렵다"며 '실용'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뒀다. 그는 "정책에 따라 입장이 좀 달라져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국가경쟁력과 효율성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진보적 가치도 달라져야 한다"며 "'민주 대 반민주'라는 기존의 호소는 국민에 다가가기에는 낡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틀에서 새롭게 달라져야 하고 모든 것을 달라지게 만드는 일이 이번 전당대회와 다음 새 지도부의 과제"라며 "우리는 이제 안정할 게 없고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