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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선진'을 표방하자 "가슴을 치고 땅을 쳤다"고 했다. '선진'은 손 대표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 목표였는데 이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며 '선진 정부'라는 타이틀을 선점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손 대표가 추구하는 정치목표가 뭐냐. 내가 손 대표에게 갖고 있는 인상은 '선진'인데 2007년과 2008년 '선진 정치'를 가장 먼저 적립한 분인데 이명박 정부가 '선진 정부'를 사용해 '선진 1기 정권이 됐다. 차기에 박근혜 전 대표나 정몽준 의원이 정권을 잡는다면 '선진 2기 정권'이 될 텐데 손 대표는 '선진'을 국정 목표와 정치 목표로 계속 가져갈 것이냐"는 패널(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에 손 대표는 "정말 아픈 데를 찔렀다"고 답했다.
전 위원의 질문처럼 손 대표는 '선진'을 자신의 정치지향점으로 삼았다. 한나라당 탈당 뒤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해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를 당시 손 대표는 한나라당 출신이란 점 때문에 '정체성' 시비에 휘말렸는데 이때 손 대표는 신당의 새로운 정치지향점으로 '선진'을 제시했다. 경쟁하던 정동영 이해찬 후보로 부터 "한나라당 짝퉁"이란 비아냥까지 들었지만 당시 손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손 대표도 이날 토론회에서 "기억할지 모르지만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정체성 논쟁이 있었고 이해찬 정동영 후보가 '당신 정체성이 뭐요. 선진을 얘기하는데 한나라당 짝퉁 아니오' 하면서 새 정부는 '민주 3기 정부'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나는 이제 민주 정부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한 단원을 내리고 새로운 정부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것은 '선진 정부'라고 얘기했다. 새 정부는 '제1기 선진 정부'라고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그것을 들었는지, 참모가 얘기했는지 모르지만 선진 정부를 표방해서 내가 당내에서조차 '선진'이란 말을 쓰기가 난처해졌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구 민주당과 합당 하면서 새 당명을 '선진민주당'으로 생각해 두고 있었다고도 했다. "한나라당 짝퉁"이란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손 대표는 '선진'이란 단어를 고집했는데 이날 토론회서도 "사실은 통합민주당으로 합당했을 때 내가 염두에 둔 당명은 '선진민주당'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도 당시 (새 당명이) 선진민주당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 선진이란 이름마저 자유선진당이 먼저 써 그 마저도 쓰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이 '선진'이란 단어를 선점했지만 손 대표는 "지금 가야할 길은 선진 국가로 가야하고 그것이 당연한 길"이라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그 말을 썼다고 해서 그것이 옳은 길인데도 '단지 이명박이 썼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이라며 "어차피 이념적 정체성은 과거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적 이념과 과거 민주당 열우당에서 이어지는 개혁적 이념이 이제 중도를 향해 가까이 접근하고 있고 결국 길게 보면 우리가 가야할 길도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처럼 중도노선을 놓고 가까이서 대치하는 노선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