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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2일 사설 <'민족반역세력이 지배해온 나라' 국회의원 되겠다는 김삼웅씨>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삼웅 독립기념관장이 4월 총선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에 비공개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무현 정권의 대표적 코드 인사의 하나로 꼽히는 김씨는 새 정부 들어서도 자리를 뜰 생각조차 않고 뭉개고 있더니 그 뒷전으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바삐 움직였던 모양이다.
김삼웅씨는 1970~80년대 신민당·민한당·평민당 등에서 당보를 만들다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자 서울신문(당시 대한매일) 주필로 발탁됐던 인물이다. 한 정당과 한 정치인의 머슴살이를 하다 마름으로 출세한 김씨가 2004년 독립운동의 정신적·물질적 유산을 총괄하는 독립기념관장이 되자 광복회원들은 독립운동가나 그 후손이 맡아온 독립기념관 개관 이래의 관행을 깨뜨린 인사라고 크게 반발했다. 그러자 김씨는 한겨레신문에 자신이 '2·3위와 상당한 점수 차로 1순위 추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심사 결과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의 임기는 지난해 10월 끝났지만 노무현 정부가 그 코드 덕에 1년을 더 연장해줬다.
김씨 코드의 정체는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통째로 부정하는 역사관이다. 그는 "2차 대전 후 민족반역세력이 주류가 된 나라는 한국과 남부 베트남뿐"이라고 했다. 그런 코드로 대한민국 역사를 읽으니 6·25전쟁은 "민족반역세력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통일보다 분단을 택했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헛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분단·독재·외세·전쟁 세력은 이 나라 지배집단으로 군림해 온갖 전횡과 패덕(悖德)을 일삼아 왔고, 양심세력은 항상 패배하고 탄압받고 착취 대상이 됐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 "대한민국 역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던 전직 대통령이 왜 그를 독립기념관장으로 연임시켰는지 알 만하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그렇게 부끄럽다던 그가 대한민국 역사를 성공의 역사로 보는 새 정권에서도 밥자리에 목을 매 독립기념관장 자리를 붙들고 놓지 않으려는 것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자기 입으로 '분단·독재·전쟁·외세 세력이 지배해 왔다'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뒷전으로 공천 신청까지 했다니 얼굴이 두꺼워도 보통 두꺼운 것이 아니다. 몰래 공천을 신청한 것은 아마도 낙천되더라도 계속 독립기념관장 자리에 눌러앉겠다는 양다리 걸치기였던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