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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유통구조개선 TF(태스크포스), 규제개혁 TF 등 7개 특별팀을 만들어 국장급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모두 정식 직제에 없는 자리다. 옛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국무조정실 일부가 기획재정부로 통합되면서 자리가 없어진 고위 공무원들을 위해 편법으로 새 자리를 만들었다. 직제표상으론 과거 3개 부처 시절 43개였던 실·국장 자리가 10개 준 듯 보이지만 '특별팀'이란 가건물을 잔뜩 지어 놓는 바람에 실제론 3개가 없어졌을 뿐이다. 부처 통합을 하면서 요란스럽게 '작은 정부' 선전을 해댄 것을 생각하면 과거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 일부 기능이 합쳐진 국토해양부의 경우 과장급 이상 자리가 12개 줄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역시 보직 없는 간부들을 위해 집값안정 및 분양가 인하 TF, 대도시 교통난 해소 TF, 택시사업 활성화 TF 등 온갖 특별팀을 만들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정보통신부·재정경제부·과학기술부의 일부 기능을 합친 지식경제부는 국장급 자리가 26개에서 25개로 1개, 과장급 자리가 124개에서 118개로 6개 줄어드는 데 그쳤다. 말이 정부 기구 축소이지, 예산 소요로 치면 부처 통합했다고 전국 곳곳에 널린 사무소·출장소 간판을 새로 달고, 국장·과장 자리의 이름이 달라졌다고 명패를 새로 만든 비용이 더 나갈 듯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2월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정부 조직을 간소화, 단순화해 '작은 정부'로 가겠다고 했다. 그 결과가 이렇게 한심하다.
뉴질랜드는 1980년대 중반 공공부문 개혁에 나서면서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기업과 민간기업에 넘겼다. 예를 들어 교통부는 정책 입안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공기업·공사에 넘겨 민간기업처럼 운영하도록 했다. 그 결과 1985년엔 4358명이었던 교통부 인원이 1994년 57명으로 줄었다.
'작은 정부'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정부 조직과 권한·예산 등 정부 규제와 간섭을 줄여 민간의 활력을 북돋우는 것이지, 부처 몇 개의 간판을 하나로 다시 쓰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할 일 없는 간부들의 소일거리 특별팀이 아니라 정부 조직에서 없어져야 할 자리를 찾아내기 위한 특별팀을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