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대 대통령을 지낸 노무현씨가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나 때문에 386 세대가 권력을 농단하고 잘난 척하는 얼치기, 철부지로 몰렸다"며 "그들이 당한 수난에 대해 미안하다"는 글을 올렸다. 노씨는 홈피 게시판에 올라온 아이디 '리버타운'의 글에 답신하는 형식의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씨는 "한때는 너도나도 386이라 자처할 만큼 퍽 자랑스럽게 쓰이던 이름이었지만 내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부터 모두가 기피하는 이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386세대가)실세가 돼 권력을 농단하는 아마추어 철부지 개혁가들로 몰렸고","잘난 척 하는 얼치기 정치인으로 몰렸지만 아직도 그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노씨는 이어 386세대에 대해 "많은 인간적 한계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불의에 항거했고, 정의를 위해 스스로의 미래를 내던졌던 사람들"이라며 "민주주의와 도덕적 이상에 있어서 그 어떤 세대도 가지지 못한 특별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이 있어서 참여 정부의 정체성을 그나마 지켜나갈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고 말하면서 "나 때문에 386이 당한 수난에 대해 미안하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한편, 노씨의 답신을 받은 '리버타운'의 글은 '비정규직으로 지방 공항에서 보안검색 관련 업무를 하던 중 청와대 신문고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고,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으로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노씨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이하 노무현이 씁니다.
-내용이 너무 많아서 일부를 잘랐습니다.
-이 글에서 칭찬 받을 일을 한 주역들은 아마 386이라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386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는 잘 알지 못하나 한 때는 너도나도 386이라 자처할 만큼 퍽 자랑스럽게 쓰이던 이름입니다. 그런데 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부터 모두가 기피하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청와대에 들어와서 실세가 되어 권력을 농단하는 아마추어 철부지 개혁가들로 몰렸고, 한 편으로는 스스로 386이라고 자랑하던 사람들의 실망스러운 처신으로 별로 다르지도 않으면서 잘난 척 하는 얼치기 정치인으로 몰렸지요.
-그러나 저는 아직도 그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들은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고삐 풀린 권력의 발가 벗은 모습을 보았고, 빼앗기고 짓밟히는 사람을 보았고, 숨 죽이고 눈치를 보며 모멸감과 치욕을 경험했던 사람들입니다. 비록 복잡하게 뒤엉긴 현실에서 많은 인간적 한계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그들은 온 몸으로 불의에 항거했고, 정의를 위하여 스스로의 미래를 내던졌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87년 6월 항쟁의 승리를 맛보았던 사람들입니다. 비록 완전하지 못해서 비판의 도마에 올라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민주주의와 도덕적 이상에 있어서 그 어떤 세대도 가지지 못한 특별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들에게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참여정부 동안 노무현과 함께한 386들이 한 일은 저도 일일이 들추어 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고 능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할 수 없었을 많은 일들이 이루어 졌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있어서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그나마 지켜나갈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386은 특정인, 특정 집단의 이름일 수 없습니다. 그 시대의 아픔을 옴 몸으로 견디고 거부하고 투쟁했던 모든사람들의 이름입니다. 저는 386이라는 이름이 생긴 때부터 저 또한 386의 한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그 동안 저 때문에 386이 당한 수난에 대하여 미안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