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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일 사설 '친북하는 진보, 친북하는 좌파는 소멸한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탈당해 진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심 전 대표는 "민노당의 오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진보정치의 정도를 가겠다"고 했다. 민노당의 '비상 상황'을 타개해 보겠다고 나왔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마저 민노당을 버린 것이다. 이제 민노당은 친북(親北) 종북(從北)노선의 NL(민족해방)계열만 남아 있는 친북파 집합소가 돼 버렸다.
지금 이 세계의 수많은 진보 정당 중에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곳은 북한과 흡사한 장기 독재 체제로 국민을 굶기는 국가와 정당들 몇 개밖에 없다. 유럽의 진보 좌파 정당들은 1980년대 북한 체제에 등을 돌렸다. 유럽의 좌파 정당들, 진보적 지식인들은 우파 정당이나 보수적 지식인들보다 북한에 더 비판적이다. 프랑스 좌파 신문 리베라시옹은 북한 비판의 선두에 서 있다. 일본 공산당은 1960년대에 북한의 주체사상을 비판했고, 북한이 KAL기 폭파 테러를 저질렀을 때 단호하게 "북한의 범죄"라고 선언했다.
이들이 북한을 버린 것은 인민을 위한다면서 인민을 재판 없이 총살대에 세우고, 당 간부들은 노르웨이산 바닷가재 요리를 즐기는 사이 인민이 굶어 죽는 체제가 사회주의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0세기 초 세계 무대에 사회주의 국가가 들어선 이후 독재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정권을 '상속'시킨 예가 없다. 부자간 정권 상속은 사회주의 등장 이후 북한이 처음이다. 프랑스 사회당 대통령 후보였던 미테랑이 북한을 방문한 뒤에 고개를 저은 것도 북한 체제의 이런 모습을 현장에서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북한의 실상을 가장 빨리, 정확히 알 수 있는 대한민국의 진보 좌파 정당이라는 민노당은 북한 체제는 물론 북한 핵까지 변호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이 정권 세습을 하는 유일 정당이듯이 대한민국의 민노당은 그런 북한을 지지하는 거의 유일한 정당이다. 이러고서도 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희극이다. 이 희극이 결국 민노당의 오늘의 비극을 만든 것이다.
과거 유럽에서도 소련과 동구권의 인권문제에 침묵했던 '냉전시대형' 진보 정당들은 있었지만 결국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창당으로 진보 정당의 새 길을 찾아 나선 세력이 친북하고 종북하는 세력이 점거하고 있는 진보 좌파의 간판을 되찾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진보 좌파 이념 자체가 소멸돼버릴 날이 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