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의 대북(對北)자세가 노무현 정권과 마찬가지로 다시 불안하지 않느냐는 논란이 일 조짐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 시한(時限)보다 신고가 중요하다는 '김대중-노무현 식(式)' 인식을 다시 드러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한이 신년 사설에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해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북한이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현실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판단된다”(주호영 당선자 대변인)고 까지 했다. 한마디로 비핵화를 전제 조건으로 하지 않고,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자세를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당선자는 후보 시절 대북문제에 관한 한 집권세력 측과 별로 다른 점을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명박씨의 정체성이 과연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대선 막판에 이회창씨가 끼어들면서 내놓은 ‘명분’이 이명박씨의 불투명한 대북노선 때문이었다고 했을 정도였고, 선거전에서도 그 점을 맹공했다. 그만큼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 노선은 좋게 보면 유화적이고, 비판적으로 보면 불투명하고 아리송했다. 바로 이런 점에 국가적, 민족적 '함정'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러니 다시 북한 당국의 술수가 끼어들기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은 이명박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첫 공식회담을 연기해 버렸다. 이것은 ‘이명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기들에게 계속 ‘경제원조’를 해줄 것인가의 여부를 타진해온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안 건드릴 테니 원조는 계속하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바꿔말해, 원조하지 않으면 그땐 '다시 보겠다'는 협박성이 깔려있음은 그간의 상례다.

    김정일 세력에 어떤 조그마한 약속이든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에 대해 무엇보다 우선하는 ‘단호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이명박 당선자-. 상호주의를 하자면서, '약속'부터 지키지 않는 믿음이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 자신이 내건 '상호주의 실용노선'을 처음부터 어긋내는 모양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자세는 김대중. 노무현정권이 북한이 무엇을 어떻게 하든 무조건 이른바 '평화주의 우선론'을 주장하며 물적지원을 강행해온, 빗나간 대북정책 10년세월, 그 '사고의 틀'과 별 다를바 없는 태도를 취했다 해도 일단은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명박 당선자는 차기정부가 상호주의에 입각, '실용적' 대북정책을 추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 통일안보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과거의 대북정책 폐단을 극복, 여러 변화를 모색해 보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읽힌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이 당선자의 실제 초반부 자세는 오히려 '반북(反北)은 아니다'라는 신호를 억지로 주려는 의도로 보이고, 따라서 문제는 그가 지난 10년 그러했듯 대북문제에 있어서 북한의 ‘내용’에 지고 있다기 보다는 김정일과의 ‘전술전략’ 면에서 다시 질 가능성이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데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 국민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시절 생생히 경험한 대로 현 북한정권은 한국의 지도자들이 생각한 만큼 그렇게 녹록한 상대가 아니었다. 북한 당국은 기실 별로 가진 것도 없으면서도, 세계 최강의 미국과 친선적인 중국을 상대로 그들을 가지고 놀 정도의 배짱과 능란함을 보여왔을 뿐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아예 “6자회담 참가국들이 맡은 경제적 보상의무 이행이 늦어지고 있다. 불능화의 속도를 조정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현학봉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고 속칭 '오리발'까지 내밀 정도로 교활하고 담대한 실체적 상대가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새 정권은 북한 공산주의의 외교체질을 이제는 정확하고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것이 한반도 평화문제를 푸는 실질적 첫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도 대체로 그동안의 이른바 햇볕정책은 평화의 수단이자 하나의 각론일 뿐 목표가 아니라며 대북정책의 틀을 이제는 '북핵'과 '믿음'을 핵심으로 놓는, 근본적으로 '틀'을 바꿔야만 한다는 지적들을 대두케 하고 있는 것이다. 협상에도 한국이 당당히 주체적으로 임해 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수호(59) 새진보연대 대표 같은 이 마저 한국의 국익을 고려, '철저한 상호주의에 의한 대북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자신도 선 북핵 문제 타결, 후 대북 지원’ 공약을 했었다. 이는 자신의 결심에 따라 남북관계를 가일층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 것임을 의미했다. 물론 이 '결심'은 남북관계를 경색 국면으로 몰고 갈 위험성도 동시에 지니게 됨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 '결단'은 북한정권에게도 고민스러운 ‘결정의 시간’을 맞게 할 것이다.

    우리가 국가안보 중시와 북핵 문제의 우선적 해결 및 국제사회 보편적 가치로서의 북한 인권 문제 접근 등의 입장으로 흔들림없는 원칙을 계속 고수해 나간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라도 결국 북한이 안보환경의 변화를 직시, 언젠가는 적극으로 북핵 문제의 해결과 개방, 그리고 그에 따른 국제적 보상으로 10년 내 3000달러 국민소득 달성과 이를 위한 400억달러 상당의 국제협력자금 조성 방안을 결국엔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될 것이다. 북한의 경제난에는 더 이상의 대안(代案)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것이 대북정책의 정도(正道)가 돼야한다. 그렇지 못하고 한국정부가 이눈치, 저눈치를 보면서 계속 우왕좌왕할 경우 북한의 능란한 술수는 더 세련미와 비책(秘策)의 강도를 높혀나갈 것임에 틀림없다. 한반도 정세는 더욱더 불안해져만 갈 것이다.

    지난 대북정책의 실패는 좋은 교훈의 사례가 될 수 있다. 한번 되돌아 보자. 지난 5년 기간 노무현 정부의 관대한 대북 포용정책과 소극적 한·미 공조는 북한을 압박과 제재로 굴복시키려던 미국의 대북 정책과 마찰을 빚었고, 북한 핵문제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이 그 갈등 과정에서 전통적 한미동맹마저 상처를 입고 말았다. 김-노 정권의 거듭된 '햇볓정책' 지원에도 불구, 2006년 10월들어서는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는 극도의 안보 위기 상황에 놓였고, 이로인해 대북 지원과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대북 포용정책을 크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높아지고 있었음에도, 오히려 노 대통령은 “북핵 실험으로 야기된 한반도의 위기는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큰 틀에서 대북 평화번영 정책의 기본 원칙은 지켜 나가겠다”고 또다시 강변했다. 더욱이 당시 전문가들이 안보 상황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대화와 지원만 강조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불러온 원인이라고 줄곧 지적들을 해 왔음에도,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런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더욱이 결국 노무현 정부는 출범 이후 2006년 말까지 4년 동안 김정일정권으로 부터 아무러 회개와 실질적 정책조정도 이끌어 내지 못한채 DJ 정부때(5459억 원)의 무려 2.3배에 이르는 1조2400억 원을 북한에 무상 지원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김대중-노무현 집권기간동안 대북지원 실태가 과연 어떠 했는지 한번 짚어 보자.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 사업비 집행 현황’에 따르면 DJ 정부가 출범한 지난 98년 875억 원이었던 사업비는 2000년 5306억 원, 2001년에는 5544억 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에는 4420억 원이었다가 2004년 3892억 원, 2005년에는 6517억 원으로까지 많아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2007년 사업비 집행 금액은 8000억∼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2008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아직도 말하고 있다. 쌀과 비료 등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지원한 금액도 DJ 정부 5년 동안 8560억 원,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1조6200억 원 등 10년 동안 2조4760억 원에 이른다고 통일부는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북 지원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도 있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0년 동안 정부의 대북 지원 규모는 공식 확인된 것만 6조913억 원”이라며 “정부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동안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해 안보 불안이 극대화됐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대북지원금에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불법 송금한 4억5000만 달러 △현대가 금강산 관광 대가로 지불한 4억6564만 달러 △금강산 관광시설 수익금 1억3297만 달러 △개성공단 토지이용료 2200만 달러 등을 대북지원금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런 사태와 관련,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같은 이는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는 북한이 원하는 것은 모두 주고 남한이 원하는 것은 하나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는 전략적으로 실패한 대북정책을 폈다”고 규정, “이러한 전략적 실패는 북핵이나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에서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결과를 낳은 데서도 더 명확히 확인된다”고 분석한다. 이래도 이것이 무차별한 '퍼주기'가 아니었다고 항변할 수 있겠는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비 합리적 편법으로 한반도에 제대로 항구적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환상'일 것이다.

    더욱이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만료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마저 유엔 총회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표까지 던져버렸다. 두 정권은 그동안 표결에서 불참과 기권을 했다가 2006년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진바 있었지만, 그러다가 올해 다시 기권을 해 버린 것이다. 다른 문제도 아닌 인류 보편적 가치의 그 중요한 인권 문제에서, 그것도 동포들이 당하고 있는 가장 처참한 참상을 놓고서 명색히 같은 민족 동포라는 정부가 오락가락을 해 버렸으니, 이것이 국가와 국민도덕적으로, 또 세계화를 지향해 나간다는 21세기에 과연 제대로된 정신상태의 국가운영이었는지 추궁치 않을 수 없는.또다른 주요 대목이다. 우리의 후세에 까지도 면목이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68년 1월 21일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남파돼 청와대 습격을 감행한 31명의 북한 특수부대원 중 유일하게 생존한 김신조(66) 목사의 말은 경청할 만 하다. “10년간의 이른바 햇볕정책으로 바뀐 건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다. 서해교전 같은 북한의 명백한 무력행위에 제대로 항의도 못 하면서 북한에 가선 북한 지도자들과 끌어안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 나라의 대표인가. 이제는 정말 장관, 차관이란 사람들이 하나같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추태’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그래도 군,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만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다고 믿어왔건만,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이 너무 나라를 흔들었고, 급기야 북한의 주장과 거의 일치하는 주장을 하는 정당까지 생기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통령 후보까지 배출하는 상황까지 오고야 말았다"며 대북정책의 오도로 인한 남한내의 심각한 국가사회적 분열상을 개탄했다. 그간 잘못된 대북관(對北觀), 두 정권의 대북정책 10년이 얼마나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찢어지게 하여 사회분위기를 분열로 몰고 갔는지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퍼붓기'식(式)은 이제 그만…"'핵(核)'해체와 약속중시" 경제공동체 민족적 결단필요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역사적 사명을 안고 다시 열심히 뛰면 된다. 우선, 이명박정부의 등장으로 한미동맹 관계는 다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20일 당선직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새 정부에서 한·미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도 “조속히 미국을 방문해 달라”는 요청으로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표명했다. 이제 실용주의 동맹 외교가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을 높혀주고 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한미관계를 더욱 탄탄하고 치밀하게 조여, 장기적이고 상호주와 실사구시의 원칙적인 입장에서 이제 북핵문제에 있어서만은 단호한 대처를 새로운 진로(進路)를 열어 나가야만 한다. 그간에 한국사회 깊숙히 엄습해 들어온 여러 분위기상 물론 반발도 있을 것이다. 그 반발도 감내하고라도 철저히 대비할 준비를 갖추고 전 국민에 호소해야 한다. 그 새로운 진로는 장기적으로는 북에도 남에도, 동북아 전체의 평화에도 공동번영의 기원을 여는 북핵정책의 대도무문(大道無門)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정권과도 허심탄회하게 한국정부의 대북정책 새 진로를 놓고 허심탄회 논의에 나서야 한다. 그래 말을 듣지않고 술수를 계속하면, 북은 그야말로 국제적으로 경제적으로 '돌아올 수 없는 비극의 강'을 건너게 될 가능성도 높다. 물론 민족적관점에서 그런 불행한 일은 결코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北)'은 진심으로 회개하고 반성해야 한다. 역사적 예도 이를 명확히 증거한다. 대외정책은 국내 정치의 연장이다. 이념투쟁과 권력투쟁으로 얼룩진 광적(狂的) 문화혁명(1966~76)은 중국의 대외관계를 파탄시킨 반면, 덩샤오핑(鄧小平)의 과감한 개혁·개방 정책은 중국을 강대국 반열에 올려놓는 초석이 되었다. 1985년 소련공산당 서기장으로 선출된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급격한 내부 개혁과 동시에 과감한 대외관계 변화를 추구, 서서히 안정되고 자유로운 성장궤도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기회와 도전에 직면한 북한도 과감한 변화의 길을 택해야만 한다. 북한은 전략적 비전과 개혁·개방 의지를 요하며, 소모적 대결과 단기적 손익계산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2006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처럼, 지난 12월의 한국 대선 또한 북한에 새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도 시간에 쫓기고 있는 북한의 현명한 결단과 선택을 고대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도 바보가 아닌 한, 오늘의 한미관계의 급속한 호전과 동북아 전체의 선린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이를 바르게, 그리고 가급적 조속히 끌어내는 일도 결국은 우리 정부의 몫일 것이다. 당당하고 정확한 논리로 대응해 나갈때, 북(北)도 이제는 이런 국제적 호기를 경제회생의 호기로 결단, 얕은 기회주의적 외교농단을 멈출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 한민족은 비로소 진정한 공존 공영의 본격적인 화해시대를 과학적인 상호주의 정책으로 한단계 한단계 실용적으로 진전시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 결과는 한민족 전체의 서광(曙光)이 될 것이다. 세계각국의 북한경제에 대한 지원협력은 물론 한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는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이다. 또 그럴 능력도 한국경제는 적어도 갖추고 있다고 본다. 남북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70%가 넘는 개방형 경제국가다. 그러나 무엇보다 올해 세계 경제전망이 밝지 않은 점이 걸린다. 한국은행은 현재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과 중국 발 인플레이션 우려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마저 정체한다면, 한반도 상황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심리도 위축될 것이다. 안보환경이 불안정한 지역에 미래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가지고 소중한 자본을 투자하려는 외국 자본가는 없을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경제 논리를 CEO 출신의 이명박 당선자는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본격적인 선진화 진입을 위해서도, 또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과 처참한 민생고를 차근차근 풀어나가기 위해서라도 북핵(北核)제거와 남북관계는 반드시 안정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이것은 이 시대 우리 한반도에 부여된 민족적 사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일제에 나라가 통채로 침탈당한 후 얼마나 고통스럽고 치욕적인 역사적 경험을 겼었던가. 이제 우리는 찬란했던 한민족의 얼을 되살려 비젼의 21세기, 일본을 진정으로 극복하고 세계 정상급 경제대국으로 우뚝 솟아오를 수 있다는 확실한 비젼만이라도 후세(後世)에 남겨주어야 할 중대한 사명을 남북 모두가 함께 인식할 때가 됐다. 그동안 같은 동포끼리 그만큼 싸우고 죽이고, 술수를 부릴만큼 부렸으면 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이끌 새 정부는 김대중 정부 이후 10년 동안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아 온 통일 안보 교육을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자신이 스스로 약속했듯 '말'이 문제가 아니다. 실질적 행동이 문제인 것이지, 정신교육도 나라를 끌어가는 정부 스스로가 실질 행동에서 먼저 솔선수범하면 교육효과는 저절로 배가되기 마련이다. 교육자체는 그후 서서히 건강하게 하면 효력은 더 커진다.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안, 발등에 떨어진 일 부터 제대로 착수해 나가는 것이 이 당선자가 강조하고 있는 '정책의 실용성' 아니겠는가. 집권5년은 금방 지나간다. 길지가 않다. 지금부터라도 오래가고, 결코 흔들릴 수 없는, 그리고 국가와 민족의 운명과 관련, 가장 중요한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틀'부터 구축키위해 '핵문제'와 '약속'의 문제로 확실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가 바뀌고 있는 역사적 전환기에 닻을 올렸다. 2008년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동시에 한반도와 한민족의 장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남북 모두의 지혜와 역사적이고 민족적인 결단을 촉구한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병도 객원칼럼니스트/이타임스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