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이 낸 헌법소원의 기각 판결을 "당연한 결정"이라면서도 "헌법재판소가 뒤늦게 결정내린 배경에는 대선 전에 결정되면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점을 고려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작년 6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9조는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재에 헌소를 냈지만 17일 기각됐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헌재가 지금 와서야 판결을 내린 점을 지적한 뒤 "지난번 신당이 날치기 통과시킨 BBK특검법도 헌재가 결정 내렸는데,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무부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사안을 합헌이라고 한 것은 잘못된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헌재는 한나라당이 낸 권한쟁의심판 헌소도 판단을 미루고 있다. 헌재 결정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시기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면서 "헌재는 본래 사명에 맞게 중심을 잡고 최고 헌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다 지나고 나서 아무 소용없을 때 (판결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헌재는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 사명임을 잊어선 안된다"며 "노 대통령의 일부 코드 인사로 헌법재판관 된 사람들의 코드 판결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작년 6월 한나라당과 이명박·박근혜 당시 경선 후보를 비난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한 행위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 대통령에게 '선거 중립의무를 준수하라'고 요청한 것은 정당했다고 결정했다. 당시 "그 놈의 헌법"이라는 막말까지 내뱉으며 "선관위가 자연인 노무현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노 대통령은 법률적으로 다시 한 번 경고를 받은 셈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두환 재판관)는 전날 노 대통령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에서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갖지만, 선거와 관련해 부당한 방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노 대통령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아쉽지만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