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정책인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수위 산하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수시로 회의를 열어 대운하 추진에 필요한 로드맵을 작성하는 한편 외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공감대 형성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일단 인수위는 이 공약이 선거과정에서 거센 찬반논란을 불러온 사안인 만큼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 상당한 신경을 쏟고 있다. 선거과정 내내 대운하 공약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수반하는데다 환경파괴 등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던 점을 의식, 이를 잠재우기 위한 정지작업이 한창이다.

    인수위는 이런 차원에서 다음달초 KDI와 국토개발연구원이 주관하는 대운하 토론회를 개최키로 했다. 운하관련 석학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하는 이 토론회에는 대운하 찬성론자는 물론 반대론자까지 초청대상에 포함된다. 

    이동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서 타당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며 "앞으로 갖가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위 내부적으로는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절차 못지 않게 실제 사업추진을 위한 준비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인상이다.

    장석효 TF팀장은 지난달 28일 국내 5대 건설사 사장과 만나 대운하 사업을 상세히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고, TF 차원에서 다음달에는 네덜란드 민관 운하 전문가들과 만나 사업추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한반도대운하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박승환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대운하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태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할 때도 선거과정에서는 각종 찬반 논란에 휩싸였지만 선거가 끝난 후 결국 추진됐다"며 "이제는 당선인이 결정됐으니까 잘못된 것을 보완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추진준비에 만전을 기할 때"라고 말했다. 찬반 논쟁을 계속하기보다는 사업을 추진하되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들린다.

    인수위에서는 내년초 실제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운하TF 상임고문인 이재오 의원은 "총선 전에 본격적 사업에 들어가면 내년 2월께 착공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재정사업으로 진행키로 한 호남운하, 충청운하와 달리 민자사업으로 진행하는 경부운하는 사업이 더 빨리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건설업체들이 장석효 팀장과의 면담에서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상황인데다 해외 투자자들도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게 인수위측 시각이기 때문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관심을 보이는 수준이지만 이미 선거과정 단계일 때부터 투자의향을 보내온 해외투자자도 있다"며 "네덜란드나 독일 등 운하기술이 있는 곳들은 물론 석유자본도 오일달러 형태로 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대운하 추진을 결정하더라도 정부의 민자사업 추진 프로세스에 비춰 당장 착공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자사업의 경우 민간업체가 투자제안서를 정부에 먼저 제출하면 기획예산처 등에서 타당성 검토를 한 뒤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제안업체가 아니라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공람.공고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정부는 민간업체들이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 다시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면 우선사업대상자를 선정한 뒤 제안내용과 비용, 사업규모 등 경제성을 분석해 사업자를 지정하고, 그 뒤에도 설계승인이나 환경영향.교통영향.재해위험 등 각종 평가를 거쳐야 최종적으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승규 부대변인은 "서울시장 때 추진했던 청계천 사업도 최종 착수까지 1년 가량 걸렸다"면서 "이번에도 최소한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수위는 장 팀장이 5개 건설사 사장을 만나 대운하 사업을 설명한 것이 대기업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기업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청취해 정책에 수렴하겠다는 새 정부의 방침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장 팀장이 건설사 관계자들을 만난 것은 대운하가 기업운영과 직결된 중요한 프로젝트여서 설명을 듣고 싶다는 초청을 받고 갔던 것"이라며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라는 당선자의 말처럼 기업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겠다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다른 기업이 요청해도 언제든지 가서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