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3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좌파의 미련'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너무 처참해 보인다. 어둑어둑 땅거미 지는 광화문 지하도 입구 옆에 ‘BBK 수사 원천무효’라고 적힌 천막을 치고 마지막까지 대선판을 휘저어보고 싶은 욕망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에. 행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저녁 시위엔 대통합민주신당 당원 냄새만 물씬 풍길 뿐, 덕수궁 근처에 주차해 놓았던 관광버스들도 자취를 감췄다.

    거의 재기불능해 보이는 한국 좌파·친북·반미세력의 완벽한 쇠락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 완장 차고 감투 휩쓸며 TV에 나와 피가 거꾸로 솟게 했던 그 수많은 곡학아세 학자들은 다 어디 가 있기에 저렇게 초라한 것인가. 꽁무니를 빼고 숨어 있다가 시치미 딱 떼고 보수·우파로 변신할 것이다. 10년간 좌파 장사로 배를 기름지게 했으면, 좌파 세력이 어려울 때 자리라도 채워줘야 도리 아닐까. ‘정동영을 돕는 강금실은 정직한 여인’이라는 역설을 떠올린다.

    친노(親盧)세력의 토론장인 오마이뉴스에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4명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펑펑 울어대는 사진이 실렸다. 의원들은 10일 긴급총회에서 김경준씨 어머니가 억울하다며 눈물 흘리는 인터뷰 동영상을 보다가 대성통곡을 한다. 눈물? 무슨 눈물? 5년 전 노무현의 눈물이 생각났다? 눈물 한 방으로 전세를 역전시키자. 달라붙은 리플들은 골육상쟁이다. “왜 우시나?” “쑈를 하라.” “뼈를 깎으세요.”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욕들의 전쟁’이다. ‘노(盧)티즌’들도 이젠 철이 들었나 보다.

    철이 들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가 홈페이지에 올린 대선 정국 분석 보고서. 박근혜 테러 사건이 미국과 친미보수세력에 의한 조작이라고 생떼를 쓰다가 “만약 후보 테러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대선 구도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총질 가능성’을 중요 변수로 꼽았다. 무섭다.

    좌파·친북·반미세력의 몰락은 보수·우파가 주름진 손으로 인터넷 배워 친노세력에 대항하고, 단체 만들고, 서울시청 앞으로 뛰쳐나가 궐기한 투쟁의 산물이다. 그러나 더 큰 공로자는 김대중·노무현이다. 보수·우파가 ‘자랑스러운 교사상(賞)’이라도 제정한다면 이들을 공동 수상자로? 국민에게 좌파·친북·반미의 적폐를 압축적으로 설명해준 위대한 스승. ‘잃어버린 10년’은 대한민국에 축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