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3일 사설 '언론 통제 기술자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 정권에서 브리핑룸 통폐합을 비롯한 언론통제 조처에 열과 성을 다했던 방선규 국정홍보처 홍보협력단장이 주미대사관 공보참사관에 지원해 내정 단계라고 한다. 방씨는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을 받들어 외국 기자실 실태를 조사하고 언론 통제 조처의 초안을 만든 인물이다. 이 신념의 공무원이 정권이 바뀌기도 전에 외국으로 몸을 피하겠다니 어리벙벙하다. 기세등등하게 내세웠던 신념이 사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어쩔 수 없이 나섰던 영합 행위였다는 말이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명지대 교수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그는 11년 동안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하다 2005년 2월 명지대 교수로 임용된 지 한 달 만에 홍보처장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그는 ‘언론 통제’에 ‘취재 지원 선진화’라는 옷을 입히는 등 언론 통제의 최고 책사로 활약해 왔다. 그의 재임 중 업적은 너무나 휘황찬란해 일일이 예거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공무원이 언론사에 소송을 제기하면 인사고과에 가산점을 주는 세계 유일의 제도가 그의 홍보처장 재임 중에 정착됐다. 고위공무원이 비판적 신문과 인터뷰하거나 글을 게재하면 경고 조치를 내리고, 공기업이 비판 신문에 광고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해 전자 통제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그의 공로다. 그가 대학의 디지털미디어 학과에서 언론을 강의하겠다니 얼마나 많은 언론 통제 기술자를 양산해 낼지 적이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취재 통제를 청와대에서 뒷받침했던 윤승용 홍보수석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곧 사표를 낸다고 한다. 국민의 심판이 볼만할 듯하다.

    한보철강 정태수씨 비서에서 몸을 일으켜 언론개혁의 대변인인 양 청와대브리핑과 국정브리핑 등 관제 사이비 언론에 갖가지 기괴한 언론관을 피력해 온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은 퇴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갈 것이라고 한다.

    대선 후보들은 하나같이 집권 즉시 취재 통제 조처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당 후보도 거의 비슷한 이야기다. 야당은 한때 언론에 몸담았으면서도 몸을 팔아 언론 통제에 봉사했던 이들을 ‘간신’으로까지 규정했다. 그야 어떻든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한국언론사에 깊이 새긴 이들 하나하나가 오래오래 기록되고 두고두고 거론되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계절이 계절이라서 한때 여름 매미처럼 요란스럽던 이들이 타조처럼 모래 더미에 머리만 파묻은 채 온몸을 숨긴 듯이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한다. 화장으로 고칠 수 없는 뒷모습에서 인간의 진짜 값을 알아볼 수 있다는 말이다. 스스로가 부끄러워 벌써부터 모래 속에 머리를 묻을 생각뿐인 이들의 값을 이제 와서 새삼 셈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