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 되면 위장전입을 단속할 수 있겠느냐”(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위장취업과 탈세로 국민을 속인 이명박 후보는 마땅히 사퇴해야 한다”(무소속 이회창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이회창씨는 11일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도덕성을 ‘무기’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부패 후보’로 몰아세우며 판세 반전에 안간힘을 썼다. 특히 이씨는 이명박 후보 면전에서 “위장 취업과 탈세로 국민을 속였다”며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한나라당의 ‘이회창 주저앉히기’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초반 ‘얌전했던’ 정 후보는 토론이 후반에 접어들면서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정 후보는 토론 주제가 ‘사회기강 확립과 부정부패’로 바뀌자 '예상대로' 이명박 후보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나라가 깨끗해지려면 지도자가 깨끗해져야 한다. 다음이 이명박 후보 답변 차례여서 정치공세 말라고 하겠지만…”이라고 포문을 연 뒤 “이번 대선은 거짓과 진실의 대결이다. 중간은 없다”며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위장전입과 위장취업을 지적했다.

    그는 “대구 수성구는 강남 8학군 같은 곳인데 자녀를 좋은 학교 보내려고 주민등록을 옮겨서 단속을 하러 나갔더니 대선 후보도 위장전입 여러 번 하는데 왜 나만 단속하느냐고 해서 단속을 못했다고 하더라”며 “대통령이 되면 위장전입을 단속할 수 있겠느냐”고 직격했다. 또 “아들딸을 빌딩 관리소에 취업시켜 수천만원을 탈세했는데도 세금만 갖다 내면 무사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이 후보는 “정 후보는 정책보다 네거티브가 심한 것 같다”고 애써 웃어 보였다. 정 후보는 곧바로 “답변이나 하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이 후보는 “최장수 CEO를 했고 서울시장도 4년 했다. 거기서 관계된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일했다”며 “정치하면서 짧은 기간, 6개월 동안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몰렸다. 정치는 그렇지 않은데 정치꾼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진실을 거짓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받아넘겼다.

    이회창씨도 이 후보를 날카롭게 공격했다. 이씨는 마무리 발언에서 “지난 IMF 때 국민들은 돌반지까지 꺼내면서 국란을 타개하려 힘을 합칠 때 돈을 벌려고 주가조작 한 젊은이와 동업한 이명박 후보다. 위장 취업과 탈세로 국민을 속인 이명박 후보다”며 “이런 도덕성으로 국민의 신뢰를 모으고 국가를 끌고 갈 수 있겠느냐.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런 모든 문제를 털지 못한 이 후보는 마땅히 사퇴함으로서 국민에게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후보도 마무리 발언에서 이씨를 겨냥, “정치사회가 혼란하지만 한나라당은 정통 정당 자리를 지켜왔으며 나는 정통 후보가 됐다”며 “새치기 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튀어 나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는 실정하면 물러나야 한다. 음해하고 말만하고 무책임하고 책임 회피하는 지도자로 대한민국을 건져낼 수 없다”며 “나는 말로 하는 정치인 아니다. 실천하는 정치인이다”고 정 후보를 비판했다. 이명박 후보는 그러나 자신에게 집중되는 타 후보들의 공격에도 직접적인 반격보다는 ‘뼈 있는 농담’으로 우회 비판하는 등 ‘여유’를 보이려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