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지역이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의식한 듯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영입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와 손을 잡은 이회창씨는 7일 충청도를 방문, 각각 대전과 아산에서 충청 표심을 잡기 위한 전면전을 시작됐다. 2002년 대선에선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1997년 대선에선 김대중 후보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각각 충청권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유독 충청권에서만 이씨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이날 충청권 표심잡기에 공을 들였다. 대전 중구의 한 식당에서 택시기사들과 간담회를 가진 이 후보는 대전시당에서 대전·충남지역 확대 선거대책회의를 여는가 하면 충남도청과 대전시청 등을 잇따라 방문해 이완구 충남지사, 박성효 대전시장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대전지역 유세에는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으며, 새로 입당한 정몽준 상임고문도 가세했다.

    이 후보는 대전·충남 선대위 회의에서 "충청권에서 이기는 것이 선거를 이기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오만과 안이가 우리에게 공통된 적"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에 대한 지지가 제일 높다, 2·3등을 합쳐서 우리를 못 따라온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며 "선거가 끝나는 12월19일까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씨에 대해선 "심대평씨와 이회창씨가 같이 하게 되셨는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큰 것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맞서 이회창씨는 전날 TV토론 직후 밤늦게 선영이 있는 충남 예산으로 내려가 하룻밤을 묵은 뒤, 이날 아산 현충사에서 대선 완주를 다짐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충남지사를 지낸 심대평 대표와 동행한 이날의 행보는 이명박 후보를 '부패한 위장 보수'로 몰아붙임으로써 이명박 후보 쪽으로 굳어지고 있는 보수 표심을 흔드는 한편,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 뒤 흔들리는 충청 표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이명박 후보를 향해 "흠투성이, 의혹 덩어리 후보를 뽑아 앞으로 5년을 어떻게 더 감당하겠느냐. 이명박 의혹은 해결되지 않은 미결 상태"라면서 "왜적으로부터 나라를 구했던 충무공의 12척의 배처럼 대한민국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외환위기 때 나라야 어떻게 되든 국제금융 사기꾼과 손잡고 사리사욕만 챙기려 했던 사람"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된다면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온갖 탈법과 편법을 서슴지 않는 사람" 등 이명박 '흠집내기'에 주력했다. 같은날 여수를 방문해서도 "BBK, 그 할아버지라도 내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완주 의지를 피력했다. 이씨는 8일 전주와 광주 유세를 이어 9일 또 다시 대전·충청 지역을 방문해 충청권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