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내에는 정몽준 의원의 입당을 박근혜 전 대표와의 차기 대권 경쟁 구도로 연결시키는 시각이 많다. 박 전 대표는 정 의원 입당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박 전 대표 측근들은 "박근혜 견제용"이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작정치·흑색선전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회창씨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정몽준-박근혜'의 당내 미묘한 역학 관계를 예고하는 듯한 상황이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는 정 의원도 참석했으며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강재섭 대표가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를 도와서 정권교체를 하는데 힘을 합쳐 주려고 큰 결단을 내린 정 의원에게 큰 박수를 보내달라"고 하자 참석한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까지 보냈다. 행사의 사회를 본 차명진 의원은 "이 후보의 승리에 화룡정점을 찍었다"는 말로 정 의원을 소개했다.

    입당 이후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을 처음 대하는 정 의원은 인사말에서 "따뜻하게 맞아줘서 감사하다. 처음 국회의원이 됐을 때 그 기분, 책임감도 있고 기분좋은 설렘도 있는 그런 기분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며 "미력하나마 10여일 남은 선거에서 여러 의원, 당협위원장들과 힘을 합해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을 직접 만나서 왜 이번 대선이 중요한지를 진심으로 전달한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단상에 오른 순간만큼은 이날 행사가 정 의원의 입당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처럼 보일 정도였다.

    참석한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의 '규탄사'가 시작되면서 행사는 '이명박 무혐의'란 검찰 수사 결과에 반발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씨를 성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물론, 규탄사를 하려고 단상에 오른 다른 의원들도 통합신당과 정동영 후보, 이씨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사전에 발언 신청을 한 의원들이 발언이 끝나갈 때쯤 김태환 의원이 즉석에서 발언 신청을 했다. 김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친박(親박근혜)' 인사다. 천천히 단상에 오른 김 의원은 "박 전 대표(에 대해) 말하러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경선할 때 박 전 대표를 모시고 지역구 유세가면 '앞박(박근혜) 뒷박(이명박)' 얘기를 많이 했다"며 "(경선이 끝나고 나서 내려가니) '앞박(박근혜)이 먼저 (대선후보)될 줄 알았더니 어떻게 뒷박(이명박)이 먼저 됐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경북 구미을이다. 지난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대구·경북에서 이 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이긴 것을 상기시킨 것.

    '규탄대회'와 상관없는 발언에 안상수 원내대표가 "규탄사를 해달라, 규탄사를…"이라고 제지했지만 김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래서 이명박-박근혜가 함께 갈 거라고 했더니 박수를 많이 치더라. 우리가 정말 박 전 대표 하고…(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은 자리에서 박 전 대표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