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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김경준이 만난 시기가 BBK사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 후보측은 22일 "1999년에 어떠한 사업논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자료"라며 김경준의 편지를 공개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일부 언론이 에리카 김 등 범죄자인 김경준측 주장을 여과없이 전한 데 대해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또 범죄자의 주장에 직접 대응하는 것은 옳지않다며, 반론보도를 거부한 채 별도의 브리핑으로 김경준측의 주장이 거짓임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이 언론을 통해 99년 2월 혹은 3월경 이 후보와 김경준이 만난 적이 있다고 주장하며, '2000년 이후 첫 사업상 만났다'는 한나라당 입장을 반박함으로써 시점논란이 벌어졌다. BBK 설립 시기가 1999년 4월이기 때문에 이 후보가 김경준과 만난 시점은 관련 의혹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 후보측 주장대로 2000년 이후에 사업상 첫 만남이 있었을 경우 BBK설립에 이 후보가 관여했다는 김경준의 주장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형준 대변인은 김경준이 2000년 1월 21일 이 후보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는 이 후보와 김백준 당시 부회장이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한 데 김경준이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사업개시를 위한 사전준비 단계"라며 일정표가 포함돼있다.
박 대변인은 편지 내용 중 "이 의원님(이 후보)과 같이 훌륭하신 분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에 들떠있다" "이런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린다" "사업개시를 위한 여러가지 사전준비 단계" 등의 문구에 주목했다. 그는 "이같은 내용은 2000년 초에 LK-e뱅크와 관련된 모델 사업이 기획됐다는 것을 밝혀주고 있고, 그 밑에 일정표도 함께 보냈다"며 "사업개시 준비를 이 때부터 시작한다는 내용이 김경준이 보낸 편지에 나와있는 것으로 99년에는 어떠한 사업논의도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자료"라고 말했다.
또 이날 조갑제닷컴을 통해 이장춘씨가 '2001년 5월 이 후보로부터 직접 BBK명함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에 박 대변인은 "그 당시에는 이미 이 후보와 김경준의 사이가 벌어져서 사업을 청산한 이후이므로 그 명함을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또 (명함에 적힌 것처럼) 삼성생명 빌딩에 이 후보가 있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 명함을 이 후보가 이장춘씨에게 건네줬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이장춘씨는 지금 이회창씨를 돕고 있다"면서 "정치적 사유에서 이런 주장을 한 게 아니냐"며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박 대변인은 또 "(경선과정) 검증청문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명함이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제출됐지만 아무 관련없음이 분명했다"면서 "더욱 분명한 것은 이런 명함을 갖고 이번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요 증거나 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장춘씨가 공개한 명함은 지난 6월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가 내놓았던 것과 동일하다. 정종복 의원은 "게다가 그 명함은 BBK명함이 아니라 eBank-Korea닷컴의 명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후보가 미국에 체류하던 1999년 4, 5회에 걸쳐 귀국했던 것에 대해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자제들을 만나러 귀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후보는 김경준을 1999년에 만난 기억이 없다고 했다"고 전한 뒤 '출입국 기록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 후보에 나선 사람한테 범죄자들이나 하는 출입국 기록을 내라니…"라며 언짢은 반응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