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BBK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 귀국, 김씨 부인의 기자회견,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자녀의 위장취업 및 운전기사의 위장취업 등으로 11월 역전 드라마를 기대하는 통합신당은 막바지 터지는 이 후보 관련 의혹이 달갑다는 표정이다.

    연일 BBK와 이 후보 자녀 및 운전기사 위장취업 관련 논평과 브리핑을 쏟아내고 있다. 21일에는 이 후보의 운전기사 위장취업 관련,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통합신당은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과 증거자료만으로도 이 후보는 후보직이 박탈될 것이라 주장한다.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 전 김효석 원내대표는 자신의 좌측에 앉아있던 박병석 서해석 우윤근 강기정 채일병 의원과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의 오른편에 앉아있던 선병렬 의원이 "우리 BBK 팀과도 악수를 좀 하시죠"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 오른편에는 선 의원과 지병문 최재성 정봉주 정성호 의원이 앉아있었다. 이때 참석한 11명의 의원들은 웃었다. 그러자 선 의원은 맞은편에 앉은 의원들을 '잡범 팀'이라고 부르며 "잡범 팀이 역할을 좀 해야 돼. 잡범 팀 역할이 높아"라고 했다.

    맞은편에 앉은 의원들은 이 후보의 자녀 위장취업 및 운전기사 위장취업 문제에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BBK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가 후보등록일 이전 힘들 것이란 보도 뒤 통합신당 측은 이 후보 관련 공세의 무게를 자녀 및 운전기사 위장취업에 두고 있다. "잡범 팀이 역할을 좀 해야 돼"라는 선 의원의 주문도 이런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BBK 사건의 선봉에 선 정봉주 의원은 회의 도중 의원들로 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이 갖고 있다는 18페이지 분량의 이면계약서의 공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18쪽 짜리 비공개 계약서를 갖고 있다고 한다"면서 "까야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채일병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은 "까야한다"는 정 의원의 말에 웃은 뒤 "좀 표준말을 쓰시죠"라고 충고했고 정 의원은 "정정하겠습니다. 공개해야 합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마지막에 마이크를 잡은 선 의원은 이 후보의 후보직 사퇴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에 빗대 잠시 회의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선 의원은 "이명박 후보는 '3위(僞)3불(不)' 후보다. 위선, 위증, 위장, 부패, 부정, 부도덕한 후보"라고 비판한 뒤 "이런 후보가 되면 임기를 채울 수 없다"면서 "돌이켜 보면 가슴 아프지만 대통령 되기 전에 그렇게 깨끗했던 노 대통령도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다. 이런 식으로 되면 임기를 채우기 힘들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