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세 대선후보가 13일 모였다. 대통합민주신당 정 후보가 전날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하며 범여권 통합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시점에서 만났는데 세 후보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세 후보는 이날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제 도입 문제를 두고 국회 귀빈식당에서 3자 회동을 열었다. 이번 대선을 '부패 대 반부패'구도로 몰아가려는 정 후보가 삼성비자금 문제를 통해 문 권 두 후보와 통합 혹은 연대할 통로를 찾은 것이다. 정 후보 측은 이번 삼성비자금 특검 도입 문제로 범여권의 통합을 꾀하고 있다.

    문 후보와의 2차 후보단일화가 시급한 만큼 삼성비자금 문제를 매개체로 단일화 작업에 시동을 걸어보겠다는 의도가 크다. 삼성비자금 문제에 유연한 입장이던 정 후보가 강성으로 돌아선 것은 자신이 그리는 대선구도와 후보단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이슈라는 판단에서다.

    이날 정 후보의 언행에선 이런 움직임이 나타났다. 특히 그는 자신의 2차 단일화 협상 대상인 창조한국당 문 후보에게 적극적이었다. 정 후보는 회동 전 문 후보에게 "좋아 보이십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잠은 몇 시간 씩 주무세요. 저는 잠이 좀 많습니다" "문 후보님 나오신 뒤에도 회사(유한킴벌리)는 잘 됩니까" 등의 질문을 던지며 문 후보와의 스킨십 강화에 노력했다.

    정 후보는 자신이 그린 '부패 대 반부패'대선구도 대로 이날 회동에서 "삼성이 바다에 있는 섬처럼 돼 있는 게 아니다. 사회에 반부패의 고질적인 비리와 연결돼 있고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빚어진 이 사건은 2002년 대선 당시 불법대선자금인 차떼기 사건과 불가분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인식까지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반부패 연대'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런 정 후보의 의도는 곧바로 문 권 두 후보에게 거절당했다. 권 후보는 "분명히 해 두는 게 좋다. 세 사람 회동은 삼성비리특검도입을 위한 원포인트 회동"이라며 정 후보의 말을 잘랐고 문 후보 역시 "나도 뭐 이번 삼성 특검법 하나만 하는 것으로 하고 그것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처럼 문 후보와의 2차 후보단일화 및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출마 뒤 수정한 '부패 대 반부패'란 대선구도는 꼬이고 있고 전날 합의한 민주당과의 합당마저 당내 반발로 좌초위기에 놓여 정 후보의 고민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한편 이날 세 후보는 삼성 비자금 사건 관련 특검을 도입하기로 했고 14일 중으로 특검 법안을 발의한 뒤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