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K방문에 나선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최근 악재를 딛고 정권교체를 향한 '새출발'을 크게 알렸다. 이 후보는 12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성공대장정 대구경북대회에서 "오늘부터 새롭게 시작하겠다"며 새로운 결의를 다졌다. 전날 박근혜 전 대표와 '정권 동반자'를 선언한 이후, 박 전 대표가 이회창씨의 탈당과 대선출마를 "정도가 아니다"고 지적하며 한나라당의 정권교체 입장을 확인하면서 이 후보는 큰 짐을 벗은 듯 더욱 힘찬 어조로 TK민심에 호소했다.

    이 후보는 연설에서 "박 전 대표와 함께 정권을 창출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동반자가 돼서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힘을 모아야한다"고 역설했다. 이 후보는 "역사상 정권을 빼앗기면 당이 없어져왔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두번의 정권을 빼앗긴 10년 동안 이름을 꿋꿋이 지켜온 정통성 있는 정당"이라며 "한나라당 후보가 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을 거치는 과정에는 강재섭 대표 얼굴만 보면 쥐어박고 싶었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농담조로 털어놓았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공세를 이 후보는 "아무런 욕심도 없다. 여러가지 떠드는 그런 짓을 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다"는 말로 부인했다. 그는 "내 고향은 포항"이라고 소개한 뒤 "대구경북인과 나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두 눈을 마주하면 긴 말이 필요없을 것"이라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이어 "마음은 잘 통하지만, 눈이 적어 시간이 좀 걸린다"고 말해 경선 이후에도 더디기만 했던 TK표심얻기 고충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면서 "여러분의 사랑만 있으면 어떠한 여권의 공작도 이기고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방문 이후 행사장을 찾은 이 후보는 대표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구상 지지를 호소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으면 이미 한강, 낙동강에 운하도 됐을 것이고 '한강의 기적'으로 끝날 게 아니라 '낙동강의 기적'도 만들어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 박 전 대통령 시절 미군 공병대에 운하사업 타당성 검토를 의뢰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후보는 "조국 근대화를 일으킨 구미에 와서 제 2의 경제도약을 약속한다. 나랏돈 쓰지않고 역사를 바꿔놓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강재섭 대표는 특유의 쇼맨십으로 분위기를 달궈 주목을 끌었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 비서실장 자격으로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낸 유정복 의원을 무대 위로 불러내 "사실 박 전 대표와 손을 잡고 들어 올리려 했는데 원본이나 사본이나 내용은 똑같다"며 유 의원과 함께 포옹하고 손을 맞잡아 들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앞으로 정권창출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면서 "나는 '그 칼 줄 알았다(그렇게 할 줄 알았다)'"는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며 액센트를 줬다.

    이날 박정희체육관에는 1만2000여명 당원, 지지자들이 가득차 이곳이 한나라당의 본산임을 과시했다. 박 전 대표를 제외한 대구 11곳 당협위원장, 경북 15개 당협위원장 전원이 자리를 함께 해 이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포항 남·울릉), 박 전 대표를 지근에서 보좌한 유승민(대구 동을) 김재원(경북 군위·의성·청송) 의원도 참석했다. 당협별로 준비해온 배너는 다양한 문구로 이 후보를 응원했다. 경선 시절 이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 지역은 '선택, 이명박! 퇴출, 이회창!'이라는 강한 표현을, 박 전 대표(대구 달성) 지역은 '줄푸세타고 7·4·7'이라며 박 전 대표의 경선 공약을 나타내 눈길을 모았다.

    무대 정면에는 경선을 끝내고 이 후보와 박 전 대표가 꽃다발을 안고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과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좌우에 내걸려 '화합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체육관 내벽에는 이 후보와 박 전 대표를 '국민성공시대 동반자'로 소개한 포스터가 도배되다시피 했다.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를 도왔던 김광원 경북도당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구미는 고 박 대통령이 태어난 곳"이라며 분위기를 띄운 뒤 "박 전 대표의 유정복 비서실장이 왔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가 가는 길은 정도가 아니라고 했다. 박 전 대표에게 박수를 보내자"고 소리 높였다. 친박 진영으로 분류되는 박종근 대구시당위원장은 "경제전문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한다. 이 나라와 지역경제를 살리는 확실한 길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열띤 어조로 지지를 호소했다. 유승민 의원도 무대 위에서 '이명박'을 연호하며 응원을 보냈다.[=구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