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보수의 대변인을 자처하며 대선에 출마하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부쩍 자신의 이념적 성향이 '보수'임을 알리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후보는 8일 정통 보수 진영의 핵심 단체인 대한민국 재향군인회(회장 박세직)가 주최한 '대선 후보 초청 안보강연회'에 참석해 ▲한미동맹 신뢰회복 ▲급격한 군축 반대 ▲선핵폐기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 ▲NLL 수호 등 정통 보수와 '코드'가 맞아 떨어지는 연설을 해 주목을 끌었다.

    측근들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정통 보수층과 통하는(?) 연설문을 작성하기까지 몇번씩 원고를 고쳐가며 신중하게 이날 연설을 준비를 했다는 후문이다. 연설을 하는 동안 이 후보는 평소 즉흥적 연설을 많이 하던 것과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 애써 준비한 연설문을 정확히 읽어 나가 그가 얼마나 이날 연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짐작케 했다.

    이 후보는 "재향군인회 박세직 회장님, 향군 원로 및 역대 회장님, 그리고 800만 재향군인회원 여러분, 오직 ‘조국을 수호하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국가를 위해 몸바쳐 싸운 여러분을 직접 만나 뵙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정중히 인사한 뒤 "정치발전과 경제성장도 더없이 소중하지만 안보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선안보'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대북정책과 관련, '한나라당의 신 대북정책'이 햇볕정책 계승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일부에서 제기된 소위 ‘한반도 평화비전’은 한나라당의 공식 당론이 아니다"며 "내 대북정책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대북관을 "북한이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보여주되, 개혁·개방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그 열매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해, 상호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또 이 후보는 이슈가 되고 있는 NLL 문제와 관련해서는 "NLL은 엄연한 불가침선이고 해상의 휴전선으로 지켜져야 한다"며 "철저한 안보만이 평화를 확고히 지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의 연설에 흡족했는지 향군 관계자들은 무려 10여 차례나 박수 갈채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