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한 한나라당의 ‘융단폭격’이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8일 당 대변인은 물론 서울지역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까지 나서 “이 전 총재가 대선 3수에 나선 것은 기회주의적 처신”이라고 맹비난했다. 의원 개별 성명도 이어졌다.

    박형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회창씨는 어제 출마 선언으로 세 가지 죄를 지었다”며 ‘적전분열 이적행위죄, 무반성 자가당착죄, 정치공작 부화뇌동죄’를 이 전 총재의 ‘죄목’으로 꼽았다. 박 대변인은 “적전분열 이적행위죄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정권교체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 정권교체 세력의 대동단결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큰지 모르고 그런 일을 벌였다면 대통령병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차떼기의 주인공이 깨끗한 정치를 주장한다. 법과 원칙을 헌신짝 같이 버린 사람이 법과 원칙을 말한다. 자기 규율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저버린 사람이 보수를 말한다”며 “반성은 하나도 없고 출마의 논리는 자가당착 투성이”라고 말했다. 또 “이명박 후보를 불안한 후보라고 말한다. 이씨는 탈당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멀쩡한 후보를 불안하게 만들어 이득을 보고자 하는 정치공작의 가장 중요한 조력자가 되고 말았다”고 비난한 뒤 “삼죄(三罪)를 사면 받는 길은 지금이라도 출마를 포기하고 정권교체의 대의에 복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성진·김덕룡 의원 등 서울지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20여명은 이날 국회기자회견에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 선언에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이 전 총재는 자신의 출마로 인해 당원 동지들이 분노하고 상처받고 있으며,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좌절시키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온 국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가 대선 3수에 나선 것은 지극히 기회주의적인 처신”이라며 “겉으로는 좌파정권 종식을 외치면서 적전 분열을 야기 시키는 행동이야말로 평생 법과 원칙을 중시하며 살아왔다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가 선택한 길은 오늘의 정치적 상황에 비춰 결코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 확고한 국민적 판단”이라며 “부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살신성인의 결단으로 이명박 후보와 손을 맞잡고 정권교체에 협력할 것을 마지막으로 권고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치열한 당내 경선 과정을 통해 이 후보를 한나라당의 대표주자로 선출하고 박근혜 전 대표 또한 깨끗한 경선 승복으로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화합과 희망으로 바꿔 놓았다”고 박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고진화 의원도 개인 성명을 통해 “5년간의 암중모색 끝에 정치 일선에 재등장한 이 전 총재는 그가 갖는 대쪽의 이미지가 냉전수구보수에 다름 아님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5.16쿠데타의 지도부가 내놓은 성명과 별로 다르지 않은 출마의 변은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가야 하는 2007년 대선을 과거 그가 임했던 선거의 재탕을 만들겠다는 시도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분단조국에서 나라를 가르고 당을 쪼개는 대쪽”이라며 “5년 전 정권창출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도 끝내 실패하고 말았던 이 전 총재가 당을 쪼개고 식구들에게 창을 겨눴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