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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귀환’으로 정치권의 관심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에 쏠리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7일까지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전 총재는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박 전 대표가 나를 지지하고 동조해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박 전 대표에 대해 적극적인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어느 날엔가 서로 뜻이 통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으로 믿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별 말씀 없었다”며 “당분간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 후보 측은 ‘관망’하고 있는 박 전 대표 때문에 애가 탄다. 20%를 넘는 이 전 총재의 지지율 상당부분이 박 전 대표 지지층인 것으로 분석되면서 박 전 대표의 입장에 따라 향후 판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이 전 총재가 대선후보군에 포함되면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P이상 빠지면서 40%선까지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 측은 일명 ‘박근혜로 이회창을 잡겠다’는 이른바 ‘이박제창(以朴制昌)’ 전략도 박 전 대표 측의 냉담한 반응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에 대해 ‘한마디’ 해주길 바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이 후보 측에 “자기들이 해야 할 도리는 하지 않으면서 자꾸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불쾌해 했다. 이 전 총재의 출마로 보수진영이 분열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경선 이후 당내 화합에 소홀히 한 이 후보 측에 있다는 시각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의 스탠스는 지난번에 이미 밝혔다”며 “8월 20일 전당대회에서, 경선 이후 이 후보와 만나서 정권교체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고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이야기 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이후 벌어진 당내 상황은 이 후보가 알아서 정리해야 한다. 불안과 불신 부분도 이 후보 쪽이 해소해야 될 책임이 있다”며 “이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할 사람은 따로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친박 측이 이 전 총재 출마에 대해 “지켜보자” “지금은 입장을 말할 수 없다”며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서 ‘창-박 연대설’ 등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친박 의원은 “(이 전 총재 출마에 대해) 할 말이 없다. 다만 보수 세력의 정권교체를 위해 한 몸을 던진다는 이 전 총재의 초심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만 했다. 그는 “(박 전 대표 측이) 조용하게 있는 것을 두고 이 전 총재를 부추긴다고 별소리를 다하고 있지만 그거 무서워서 이 전 총재가 된다, 안된다 결론 내릴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고도 했다.
‘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나라당 입장과는 온도차가 느껴지지만 친박 진영의 반응은 이 전 총재보다는 이 후보에 대한 압박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구경북 출신의 한 친박 의원은 “TK 사람들은 이 전 총재가 나오면 보수 세력이 분열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면서도 정착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그쪽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많다”며 “아직까지 이 후보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남아 있는 반면 이 전 총재에 대해서는 애정이 많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 후보가 박 전 대표 측을 제대로 감싸지 못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TK민심이 이 전 총재로 흘러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금은 박 전 대표가 무슨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이미 공은 저쪽(이 후보 측)으로 넘어갔으니 화답을 기다릴 뿐이다”며 “이 후보가 뒤늦게라도 화합하겠다고 했으니, 이재오 최고위원의 전횡 등에 대해 입으로만 사과하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박 전 대표 측의 대응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하는 동시에 박 전 대표를 향해 구애의 손짓을 보낸 이 전 총재로 인해 박 전 대표의 당내 ‘주가’는 치솟는 분위기며 이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침묵’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에게는 대선까지 아직 ‘41일이나’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