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이회창 잡기’에 다급하다. 5일 당 지도부는 물론 소속 의원들까지 총출동해 이회창 전 총재를 치켜세우는 동시에 무소속 대선출마를 막기 위해 다각도의 압박 작전을 벌였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는 이 전 총재 대선 출마의 부당함을 부각시키며 ‘출마 포기’를 우회적으로 종용하는 자리였다. 또 당 대변인은 물론, 이 전 총재와 함께 16대 국회 활동을 한 재선 의원들까지 나서서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를 만류했다.

    강재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으로 이 전 총재는 ‘태조’에 해당하시는 분 아니겠느냐”며 “‘태정태세문단세…’할 때 ‘태’에 해당하시는 분이 창당 1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는 21일 창당 10주년 기념식에 이 전 총재를 비롯해 박근혜 전 대표 등 역대 대표들을 초청할 계획을 다시 한 번 밝히면서 “한나라당이 지난 10년 동안 실패했던 것을 이번 대선에서 화합해서 반드시 정권교체 하자는 의미에서 창당 기념식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이 전 총재가 그 기념식에 떳떳한 마음으로 참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존경 받는 원로가 몇 분 되지 않는데 (이 전 총재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존경 받는 원로가 사라진다는 얘기가 될 것”이라며 “정치를 떠나서 동지들끼리 총부리를 서로 갖다 대고 싸운다면 우리 인간사회가 황폐화 될 것이다.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립하고 있는 ‘친이(親李)vs친박(親朴)’을 겨냥, “오늘을 계기로 당이 정말 단합해야 한다. 포용하겠다고 한 분과 승복하겠다는 분의 갈등이 계속 된다면 얼마나 서운하겠느냐”며 “오늘부터는 강철 같은 단합으로 정권교체의 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단합을 저해하는 일이 있으면 나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로 친박 진영의 반발을 불러와 공개사과까지 했던 이재오 최고위원은 강 대표의 “나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에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전날 이 전 총재의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자택 앞에서 이 전 총재를 두 시간 가량 기다렸던 이 최고위원은 “오늘도 오신다면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을 만드신 첫 번째 총재다. 그래서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전 총재와 함께 출마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다”며 “이 전 총재의 생각이 어떤지 진심으로 들어보고 싶다. 오시는 대로 찾아뵙고 싶다”고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그분(이 전 총재)의 인격을 믿는다. 그분은 고매한 인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본인이 만들고 두 번이나 대선후보로 출마했는데 설마 한나라당을 버리고 출마하겠느냐”며 “우리들은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이 전 총재가 출마하지 않으리라고 믿고 그런 믿음을 (이 전 총재가) 헛되이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출마 포기’를 압박했다. 그는 “우리의 믿음은 이 자리를 빌어 공개적으로 보내드리고 싶다. 박수를 치면서 믿음을 공개적으로 보내자. 우리 믿음이 헛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심재철 원희룡 박진 의원 등 재선 의원 16명은 이날 국회기자회견에서 “이 전 총재의 거취를 둘러싸고 ‘출마설’이 나돌지만 이런 모든 얘기들이 사실이 아닐 것으로 믿고 싶다”며 “이 전 총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은퇴 번복을 원칙 없는 짓이라고 그토록 비난하지 않았느냐”고 압박했다. 이들은 “한나라당 당원인 이 전 총재가 출마한다면 그것은 한나라당이 애써서 경선을 통해 뽑은 절차를 깡그리 짓밟는 일이 된다”며 “우리들에게 가르치고 지휘했던 ‘원칙’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 달라. ‘출마설’이 억측이었음을 통렬하게 보여 달라”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국회브리핑에서 “늘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분이 한마디로 사실상 경선에 불복하는 출마선언을 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며 “이 전 총재가 현명한 결정을 할 것으로 믿고 이 전 총재와 함께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희망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